유럽연합(EU)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러시아 대형 건설사와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미사일 기술자 등을 대북 독자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EU 이사회는 12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거나 유엔 제재를 위반 또는 회피한 개인 3명과 단체 4곳을 대북 독자 제재 목록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또 EU는 이번 조치가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과 상업·산업 교류, 이른바 ‘무기-석유’ 거래 등으로 확대하는 북러 간 협력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활동은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직접 찬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로 EU의 대북 독자 제재 대상은 개인 80명, 단체 25곳으로 늘었으며, 제재 대상은 자산 동결 조치가 내려지고, 개인은 EU 입국이 금지된다.
블라디보스토크 건설 현장의 북한 노동자
제재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상은 러시아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사몰레트’(Samolet) 그룹이다.
EU는 사몰레트 그룹과 최고경영자(CEO) 안나 아킨시나가 블라디보스토크 건설 사업에 북한 노동자를 고용해 유엔 제재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도 지난해 4월, 블라디보스토크시 당국이 공개한 사몰레트 건설 현장 영상에 북한 노동자로 보이는 인부들이 등장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17년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모든 유엔 회원국은 2019년 12월까지 자국 내 북한 노동자를 송환해야 했지만, 러시아는 이후에도 북한 노동자를 계속 받아들였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또 러시아 지주회사 ‘블랙 호스’(Black Horse)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블라디미르 소콜로프와 블랙 호스의 자회사 ‘골든 어텀 아그로홀딩’도 제재 명단에 올랐다.
블랙 호스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 기업과 합작으로 플라스틱 공장을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EU는 소콜로프가 연해주에서 추진한 북러 산업투자 사업 등에서 북한과의 상업·산업 협력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러 파견 미사일 기술자, 정제유 운반 선사도
북한 측 인사로는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연구원이자 미사일총국 관리인 리성진이 포함됐는데, EU는 그가 러시아에 기술자로 파견돼 북한산 미사일 사용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북한 선적 유조선 ‘백양산 1호’를 운영하는 백양산 해운도 러시아산 정제유를 북한으로 운송한 혐의로 제재 대상에 포함됐는데, 안보리 결의 2397호는 북한에 대한 정제유 공급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지난 2024년 3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백양산 1호 등 북한 유조선 최소 5척이 위치 신호를 끈 채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항의 석유회사 부두에서 석유제품을 싣는 모습을 포착한 바 있다.
이는 2017년 안보리가 대북 유류 공급을 제한한 이후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직접 해상 운송이 확인된 첫 사례로 꼽혔다.
한국·영국은 이미 제재, 미국은 ‘미지정’
이번에 EU가 지정한 제재 대상 가운데 일부는 이미 다른 나라의 제재를 받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24년 12월 리성진을 대북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으며, 영국도 2024년 5월 백양산 해운을, 2025년 2월에는 리성진을 각각 제재 대상에 올렸다.
하지만 RFA가 12일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제재 명단을 확인한 결과, 이번 EU의 제재 대상인 개인 3명과 단체 4곳은 모두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지 않았다.
EU 이사회는 이날 성명에서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활동 지속과 북러 협력 심화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 2024년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활동이 종료됐다. 이후 대북 제재 위반 감시는 각국과 EU의 독자 제재, 그리고 한미일 등 11개국이 참여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이 이어가고 있다.
에디터 노정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