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미 중간선거로 북한 협상력 커져”

미국에서 11월 3일 치러진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이 상∙하 양원의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압승을 거둔 가운데,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북중러 협력이 더 강화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협상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현지 시각으로 4일 오후 4시 현재, 상원은 전체 100석 중 민주당이 54석, 공화당은 44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고, 하원은 전체 435석 중 민주당이 237석, 공화당은 139석으로 일찌감치 과반을 넘어섰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앞으로 임기가 2년 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한 정치 환경에 놓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11월 3일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이 압승하며 상원과 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했다. 4일 오후 현재 상원은 100석 중 민주당이 54석, 하원은 438석 중 237석을 확보하며 과반을 넘어섰다.
US mid-term 11월 3일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이 압승하며 상원과 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했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4일 오후 현재 상원은 100석 중 민주당이 54석, 하원은 435석 중 237석을 확보하며 과반을 넘어섰다. (AP/RFA)

“북,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낮아져… 도발 가능성도”

이런 가운데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도 미국의 중간선거를 주시했을 것이라며, 특히 이번 결과로 김 위원장의 몸값만 커졌다고 분석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는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김 위원장의 기대감이 많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오히려 북한이 앞으로 더 도발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게 리 대표의 설명이다.

[리정호]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시작해서 줄곧 2년 동안 김정은에게 러브콜을 보내지 않았습니까. 계속 만나자고 했고, 그럼에도 김정은은 답을 하지 않았단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휘하는 공화당이 참패했으니까, 2년밖에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해요. 김정은은 더 도발적으로 나올 거예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리 대표는 특히 북한에 미국 대통령은 임기 4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해당 정부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에 맞춰 철저히 계산된 전략을 구사한다며, 지금도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만남을 회피하거나, 만나더라도 더 대담한 제안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국가정보위원회(NIC)에서 북한 담당관을 지낸 시드니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도 4일 RFA에 “김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힘이 빠졌다고 볼 가능성이 크다”라며 “협상 상대로서 덜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일러 선임고문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중간선거 결과에 어떻게 반응하고, 미국과 관계를 어떻게 조정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올해 안에 미북 대화가 급물살을 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고 전망했다.

2026년 10월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Trump-press 2026년 10월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미국 스팀슨센터의 레이첼 민영 리 선임연구원도 4일 RFA에 평양이 이번 공화당의 선거 패배를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정치적 입지가 약해지고, 외교적 성과를 절실히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것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간선거를 전후해 거듭 발표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의 담화에서도 미국이 정책 방향을 바꾼다면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이것이 북한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리 선임연구원은 설명했다.

미북 대화 성사 가능성∙성과 안갯속

해리 카지아니스 불량국가 연구 프로젝트(Rogue States Project)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좀 더 회의적인 분석을 내놨다.

카지아니스 대표는 4일 RFA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 의사를 내비쳤지만, 회담을 통해 무엇을 달성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이나 비전이 없다면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는 현재 김 위원장이 미국과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번 중간선거 결과로 북한과 미국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더욱 분명하게 보여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이 심각한 위기를 조성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과 경제 문제 등 다른 현안에 집중할 것이며, 이는 백악관의 정책적 관심 대상에 북한이 올라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카지아니스 대표는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간선거에서 패한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외교적 성과를 위해 미북 대화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국내 정치에서 업적을 세우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대외 정책에서 유산을 남기려 할 것이고, 그만큼 북한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근위 제1항공사단이 실시한 대공전 및 공습 훈련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 대의 ‘샛별-9’ 다목적 공격 드론의 비행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US-NORTH-KOREA-TRUMP-KIM-TALKS-2 조선인민군 근위 제1항공사단이 실시한 대공전 및 공습 훈련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 대의 ‘샛별-9’ 다목적 공격 드론의 비행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AFP)

하지만 사일러 선임고문은 중간선거 이후 미북 대화가 어디로 갈지 알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김 위원장의 생각부터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 해제’와 ‘핵보유국 인정’을 제외하고 내놓을 수 있는 건 거의 다 내놨기 때문에 미국이 먼저 북한에 다가갈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이 뭘 원하느냐’가 관건이란 게 사일러 선임고문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리 대표도 미북 대화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크게 요구할 만한 협상 의제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리정호] ‘대북 재재를 해제해 달라’고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해제시켜 줄 수 있나요. 의회의 결정을 다 받아야 하는데. 또 이미 대북 제재는 중국과 러시아가 다 열어놨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단 말이에요. 또 ‘핵보유국을 인정해 줄게’라고 해도 그게 트럼프 대통령 마음대로 할 수 없잖아요.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보유국 인정을 받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할 겁니다. 왜냐하면 이미 핵보유국이고, 러시아와 중국이 다 지지하고 있으니까요.

리 선임연구원도 그동안 북러 관계가 강화하고, 중국과의 관계도 개선되면서 북한이 외교적 운신의 폭을 넓혔기 때문에 미국에 양보할 이유도 줄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의 오랜 요구 중에서 일부를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신호가 없고,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졌다는 뚜렷한 증거도 없기 때문에 미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나 구체적인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미국 내 전문가들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 북중러 세 나라의 협력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11월에 있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외교 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4일 중간 선거의 패배로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평가하면서, 미국 내 주요 법안 통과와 정책 추진이 어려워진 현실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레임덕을 극복하고 정치적 입지를 회복하며 성과를 내기 위한 선택지로 ‘이란 전쟁 확대’와 ‘쿠바 정권 교체’를 전망했지만, 북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열병식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참석하고 있다.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열병식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참석하고 있다.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열병식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참석하고 있다. (cnsphoto via REUTERS)

미 의회, 기본적인 대북 정책에 큰 변화 없을 듯

이번 중간 선거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한미동맹, 주한미군, 북한 비핵화 협상 등에 대한 의회의 견제와 지원 등이 어떻게 달라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 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 등에서 의회의 감독과 예산 권한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의회 내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의원들의 당락도 관심사다.

특히 한국계 3선 하원의원으로서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을 주도하고,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을 역임한 공화당의 영 김(Young Kim) 의원은 올해 네 번째 도전에서 4일 현재 같은 당의 켄 캘버트 후보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그동안 미국 의회에서 북한 인권과 대북 제재, 한미동맹, 북한 비핵화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다뤄왔는데, 만약 그의 낙선이 확정되면 미국의 한반도 관련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의원 한 명이 사라지게 된다.

반면,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아미 베라(Ami Bera) 의원도 이번에 하원 재입성에 성공했다.

그는 영 김 의원과 함께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을 공동 발의하는 등 북한 인권 보호와 한미동맹 강화, 북한 비핵화와 대북 억제력 유지를 강조해 온 민주당의 대표적인 한반도 정책 담당 의원이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 계획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미국 중간선거 날인 11월 3일 오후, 미국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
US congress 미국 중간선거 날인 11월 3일 오후, 미국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 (AP)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대화 재개 노력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힌 민주당의 주디 추 의원과 브래드 셔먼 의원도 당선이 확정되면서 대북 협상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대한 목소리를 계속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함으로써 북한 인권, 대북 제재,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 등에 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사일러 선임고문은 미국에서 북한 문제는 당파 간 쟁점이 크지 않은 사안이며, 대북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 정책에 대한 비판은 있겠지만, 큰 변수가 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리 선임연구원은 민주당이 의회의 주도권을 확보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관계 강화’와 ‘미국의 안보 공약 재확인’ 등을 더 압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외교를 재개할 경우 주한미군 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 확장억제 등에 영향을 미칠 결정에 대해 감시와 감독을 강화할 수 있지만, 두 정상의 만남이나 정상회담에서 하는 정치적 약속까지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리 선임연구원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