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에 노동인력을 파견한 북한 해외파견 회사의 내부 문서와 현장 동영상, 사진 등을 최근 입수했다. 이 자료들은 대부분 2025년 상반기에 작성된 것으로, 북중 양국 회사간 계약서, ‘종업원 생활비 적용 실태’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현지 중국 기업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영상과 사진도 상당수 확보했다. RFA는 이를 토대로 중국 파견 노동자들의 상황을 임금, 노동실태 등 두차례로 나눠 심층 보도한다. 다만 취재원 보호를 위해 문서의 일부 내용은 가리고, 동영상도 일부 장면만 사진으로 캡처해 공개한다.
중국 기업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계약서에 명시된 임금의 상당 부분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북한 해외파견업체가 다양한 명목으로 노동자 임금에서 기부금과 지원금을 공제하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RFA가 최근 입수한 문서로 밝혀졌다. 북한 노동자 한 명의 월 임금이 계약서에는 월 2500~4000위안(한화 약 80만4천원)으로 책정돼 있지만 실제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월 100~300위안(한화 약 6만원) 정도라는 증언은 몇차례 있었다. 그러나 임금이 이처럼 줄어드는 이유가 문서로 상세히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랴오닝성의 한 의류회사와 북한 해외파견업체가 2025년 5월 체결한 계약서는 모두 제11개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임금과 관련된 내용은 제4조에 담겨 있다.

계약서 4조 1항을 보면, 중국 기업은 북한 측 관리책임자에게는 월 5천위안, 부원(국가보위성에서 파견한 노동자 감시 요원)에게 4천위안, 통역에게 4천위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특히 파견 인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능공(일반 노동자)에게는 식비를 포함해 월 3500위안을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제4조 2항에는 북한 노동자들의 실습 기간을 2개월로 정하고 임금을 월 2천위안 지급한다고 기재돼 있다.

하지만 계약서에 명시한 임금은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공허한 약속에 불과했다. 실제 중국 기업에파견된 북한 관리책임자가 북한 본사에 보고한 ‘생활비 분석표’를 보면, 중국 측에서 받는 생활비(임금)가 노동자 1명당 월 2600위안으로 적혀 있다. 같은 노동자의 임금을 두고 계약서와는 다른 금액이 기록돼 있다는 뜻이다. 이 차액의 행방은 문서에 나오지 않는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기관 고위관리였던 리정호 코리아번영센터 대표는 현지 북한 관리자가 본사 사장의 묵인 아래 비자금 형태로 만들어 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리정호 대표는 “평양의 본사 사장은 권력기관 간부들이 매일같이 요구하는 수입 물자와 외화를 대야 한다. 그때마다 현지 사장에게 부탁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지 책임자도 총영사관 당위원회, 보위성 요원, 본사 출장자들, 그리고 술 접대로 나가는 돈을 (임금 이외에는) 충당할 데가 없다”고 말했다. 리 대표는 “계약서와 보고하는 금액이 다른 일은 북한 주재원들 사이에서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2600위안이 모두 북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이 가운데 38.46%에 해당하는 1천위안을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북한 당국에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국가납부금’으로 뗐다. 여기서 다시 식비 300위안, 대표부(북한 쪽 현지 관리책임자들) 유지비 500위안, (본사) 경영비 300위안 등도 추가로 제외했다.

북한 책임자는 이 같은 항목을 계산한 뒤 종업원 1인당 생활비로 평균 800위안, 최대 1100위안, 최소 450위안을 지급했다고 본사에 보고했다. 그러나 2600위안에서 각 항목을 모두 제외하면 남는 돈은 500위안으로, 보고한 평균 임금 800위안과는 차이가 있다. 실제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평균보다 적고 ‘최소 금액’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계약서보다 쪼그라든 임금
이 같은 임금 체계는 북한 노동자가 파견된 다른 중국 회사의 경우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RFA가 입수한 중국 랴오닝성의 식품회사와 북한 파견회사가 체결한 또다른 계약서를 보면, 기능공의 임금은 식비 포함 4천위안으로, 의류 회사의 3500위안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그러나 2025년 초 이 회사의 북한 쪽 책임자가 본사에 보고한 ‘종업원 생활비 적용 실태’를 보면, 중국 기업에서 받는 생활비(임금)를 1인당 2200위안으로 기록돼 있다. 앞서 살펴본 의류회사의 2600위안보다 더 적은 금액이다. 이런 차이가 생긴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회사도 국가납부금 1천위안, 식비 300위안 등을 제외하고 종업원 생활비를 최대 900위안, 최소 500위안이라고 보고했다.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은 지난 9월16일 발간한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 보고서에서 중국 내 북한 노동자 규모를 2~7만 명으로 추산했다. 노동자 1인당 국가납부금 1천위안을 낸다고 단순 가정하면 북한 당국이 거둬들이는 금액은 2천만위안~7천만위안(약 140억9천만원)에 이른다.
이처럼 줄어든 임금마저도 북한 노동자에게 온전히 지급되는 것은 아니었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국가납부금과 본사 경영비 등 외에도 다시 각종 기부금과 지원금 명목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사실은 중국 의류회사에 파견된 현지 북한 측 관리책임자가 2019년부터 2025년 4월까지 6년여간의 지출 내역을 본사에 보고한 문서에서 드러났다.
문서를 보면 기부금 및 지원금은 크게 세가지 형태로 나뉜다. 첫 번째는 ‘김일성·김정일 기금’이다. 2019년 3천위안이었던 기부액은 2020년 1만1500위안으로 약 4배 급증했다. 2021~2023년에는 3천위안~1만위안 수준이었으나 2024년 1만6천위안으로 다시 급증했다. 특히 2025년 1~4월에는 불과 넉 달 동안 이미 1만6천위안을 기부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김일성·김정일 기금은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관리하고, 두 사람을 기념하는 사업 등을 위해 조성한 기금이다. 북한 당국이 내부적으로 김일성의 ‘태양, 김정일 ‘광명성’ 호칭을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한 가운데도 이들을 기리는 기금 명목으로 기부금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상화 사업 지원금이다. 책임자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을 주체의 태양으로 영원히 높이 우러러 모시기 위한 사업진행’을 위한 지원금으로 납부한 금액을 본사에 보고했다. 2019년에는 ‘위대한 장군님 탄생기념일을 맞으며 령사관(영사관) 김정일화 전시장에 3천위안을 기증했다’고 기록돼 있다. 특히 2024년에는 ‘삼지원꾸리기’에 7천달러(약 4만6천위안, 한화 약 940만원), 조중문화친선전람관의 ‘정성도구 10종 30점’에 5천위안을 지원했다고 돼 있다. 정성도구는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동상 등 우상화 시설을 관리하기 위한 청소용품 등을 일컫는다.
마지막 세번째는 ‘애국활동 사업’ 명목으로 지출한 영사관 운영비 및 조국 지원금이다. 이 항목에는 매년 20만~30만위안(한화 약 6천만원) 정도가 지출됐다.
영사관 지원 사업은 2021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4만~6만위안 정도가 쓰였다. 중국 주재 북한 영사관의 부족한 운영자금을 현지 파견 기업이 노동자들의 임금에서 충당해 지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3년과 2024년에는 영사관 지원 항목 가운데 ‘군수공업지원’ 사업으로 각각 2만위안이 지출되기도 했다. 구체적인 사용처는 문서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리정호 대표는 “군수공업부에 현금을 지원해 군수공장 현대화에 필요한 물자를 구입하는 데 쓰인다”며 “김정은의 명령과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지원 사업, 가장 큰 비중
조국 지원 사업으로는 매년 15만~26만위안이 지출됐으며, 헌납금 항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0년 7월 평양종합병원건설 지원에 5만위안, 2021년 코로나방역지원 17만위안, 2024년 농업 및 살림집꾸리기 지원에 5만위안, 큰물피해 복구 지원에 6만위안 등을 각각 냈다. 북한 당국이 새롭게 제시하는 국가과제와 정책사업의 비용이 해외 파견기업, 즉 노동자의 임금에서 상당히 충당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4년 한 해만 보면 이 회사가 이런 저런 명목으로 지출한 돈은 모두 35만2천위안(한화 약 7천만원)에 달했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사실상 회사의 각종 헌납금과 지원사업의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부 파견회사에서는 지원금이나 기부금을 사실상 강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실적이 현지 책임자의 성과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소식통은 “한두 명에게 기금이나 지원금을 많이 바치게 하고 충성심의 본보기라며 다른 노동자도 따라 하게 하거나, 돈을 많이 낸 노동자를 쉬운 일자리에 배치해 준다”고 전했다. 이는 돈을 내면 보상하고, 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구조임을 시사한다.
임금이 새는 통로는 공식적인 상납과 각종 기부금만이 아니다. 현지 관리자와 간부들의 착복도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병원 치료비는 물론 화장품, 의류, 화장지, 식품 구입비까지 노동자 개인 임금에서 공제한다. 파견 회사들은 노동자들의 탈출을 우려해 외부 출입을 막고 있어 필요한 물품을 회사 측에 의뢰해 구입할 수밖에 없다. 일부 책임자나 간부는 이런 점을 악용해 상품을 싸게 구입한 뒤 비싼 가격으로 노동자들에게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이처럼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이유는 현금을 금고에 보관하는 방식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현지의 한 북한 파견기업 관리자는 본사에 “(노동자들의) 생활비를 매 일인당 개별 봉투하여 사무실 철함(금고)에 보관한다”고 보고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매달 받은 생활비와 생필품 구입비를 회사 장부에 기록할 뿐 현금은 직접 만지지 못한다. 임금은 귀국할 때 한꺼번에 정산을 해서 받는다. 현금이 노동자들은 접근할 수 없는 회사 금고에 보관돼 있으므로 돌려받는 금액은 회사 장부에 달려 있다. 정산을 둘러싼 불신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국가납부금과 헌납금은 물론 식비·보험금·생필품 구입비까지 모두 노동자에게 전가되면서 실제 수령액은 월 100~300위안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가까이 중국에서 일하고도 귀국할 때 1만위안도 손에 쥐지 못한 노동자도 있다고 현지 소식통은 RFA에 전했다.
귀국 때 임금 대신 ‘생필품’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도 지난 9월16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임금의 80~90%를 몰수한다”며 “일부 사례에서는 몰수액이 노동자의 실제 소득을 초과해 북한 노동자가 북한 당국에 빚을 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귀국 때 임금을 제대로 정산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일부 노동자는 책임자나 간부를 통해 중국산 생필품을 사 모아 북한에서 되파는 방식으로 ‘임금 실종’에 대비하기도 한다. 한 노동자는 귀국 때 가져갈 짐으로 ‘50kg짜리 짐 20짝’이라고 신고하기도 했다. 임금 대신 물건을 챙겨 귀국길을 준비하는 것이다.

리정호 대표는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 보고서는 해외 노동자 파견에 관여한 기관으로 노동당 39호실 등을 지목했다”며 “계약서에 3500위안이 적힌 노동자가 손에 쥐는 돈은 최대 300위안으로, 나머지는 국가납부금과 각종 헌납금이라는 이름으로 평양에 올라가 김정은의 통치자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을 인용·사용할 경우, 반드시 출처를 ‘RFA(자유아시아방송)’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에디터 이용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