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인권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인식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던 2017년 수준으로 회귀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에서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 및 기록하는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18일 토론회를 열고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NKDB가 여론조사 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에 의뢰해 진행한 북한인권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인권 전반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인식이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됐던 2017년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 개선 가능성, 북한인권 상황 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크게 늘어났다는 겁니다.
NKDB가 이날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인권 개선 가능성에 대해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와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63%, 37% 였습니다. 남북, 미북 간 교류가 활발했던 지난 2018년의 경우 같은 문항에 대한 응답률은 각각 30%, 65%였습니다.
북한인권이 개선됐는지 여부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인식도 2018년에 비해 크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8년 북한인권이 개선되고 있다는 응답은 38%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17%에 그쳤습니다. 지난 2018년 북한인권 상황이 ‘변함없다’, ‘나빠지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각각 46%, 9%였던 반면 이번 조사에서는 각각 65%, 18%로 증가했습니다.
북한인권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한국 국민들의 인식이 3년여 만에 크게 늘어난 셈입니다.
이에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NKBD) 소장은 지난 2018년의 조사결과는 남북, 미북 간의 활발한 교류로 인한 기대감이 반영된 일종의 착시현상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승엽 엔케이소셜리서치 조사분석원은 지난 2019년 미북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거듭된 도발이 북한인권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인식을 2017년 수준으로 돌려놓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승엽 엔케이소셜리서치 조사분석원(NKSR): 2021년의 국민 인식은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던 2017년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2019년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이 북한 인권과 관련한 한국 국민들의 인식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직접 개입해야 하는지 여부를 묻는 조사도 이뤄졌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 이상인 60%가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를 북한 당국에 공식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40%는 ‘제기하면 안 된다’고 응답했습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66%가 ‘보편적인 인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면 34%는 북한 인권문제가 내부 문제이므로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습니다.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법무부 산하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인지도는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지난 2016년 시행된 한국 북한인권법에 따라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 기록하고 보존하는 정부 기관입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국민 25%만이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에 대해 들어봤거나 알고 있었고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경우 응답자 20%만이 들어봤거나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정부가 북한 인권 조사와 기록 및 보존 등의 활동에 대해 소극적이고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응답자들 가운데 61%는 북한인권 피해 조사 및 기록의 주체와 관련한 질문에 “정부와 민간기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NKDB의 경우 지난 1999년 하나원 개원 이후 하나원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북한인권실태 조사를 전문적으로 실시해오다가 지난해 한국 통일부로부터 조사를 중단할 것을 통보 받은 바 있습니다.
북한인권재단의 경우 응답자 42%가 들어봤거나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재단 설립에 대한 21대 국회의원들의 의견 개진과 더불어 2022년 한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의 야당이 여당을 압박하는 주요 수단으로 재단을 활용하는 것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결과로 분석됩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손광주 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북한 인권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선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현재로서는 재단이 출범할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손 전 이사장은 재단 설립의 대안으로 차기 한국 정부가 청와대에 ‘북한인권특별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손광주 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북한인권법이 2016년에 통과됐습니다. 그런데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도 운영되지 않고 북한인권재단 이사도 선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재단 출범이 쉽지 않습니다. 결국 청와대에 이른바 '북한인권특별위원회'를 설치해 통일, 외교, 법무부, 국가인권위원회 담당자들을 모아놔야 합니다.
이번 조사는 한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의 성인 남녀 1000 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8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 간 진행됐습니다.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 3.1% 포인트입니다.
NKDB와 엔케이소셜리서치(NKSR)는 지난 2014년부터 매년 변화하는 북한인권 환경을 바탕으로 북한인권에 대한 한국 국민의 인식과 정책 평가를 정례적으로 파악하고자 해당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