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진희
북한이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발표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7월 1일, 물가, 임금, 환률 등의 가격 현실화와 함께 공공배급제를 부분적으로 수정하고, 국가계획의 분권화와 기업부문의 경영 자율성 확대 등 내부 개혁적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경제 조치 후 부분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민간경제와 국가경제 모두 더욱 어려움에 빠졌다는 지적입니다.
지금 북한 장마당에서는 참으로 다양한 물건이 팔리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남한의 자유북한방송이 3일 공개한 함경북도의 한 도시 장마당을 담은 동영상에는, 쌀과 야채 과일 등에서부터, 옷, 신발, 가재도구 등을 사고파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장마당 매대는, 장사를 나온 주민들로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시장이 확대되고 활성화된 데는 5년전에 도입된 경제관리개선 조치가 촉발제가 됐습니다. 남한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선임연구원은 시장화가 지금은 북한 공식부문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동용승: 북한 당국자체가 시장개혁을 수용한 것은 아닌데, 그동안 중앙정부에서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던 물자 등으로 인해 계획경제가 흔들려 있는 상태인데, 나름대로 시장적 요소를 도입을 하면서 계획경제의 기본 틀을 다시 살리려고 했던 것이 7.1 경제 개선 조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중앙정부의 공급능력이 회복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북한 내부의 시장화를 더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닌 가 봐집니다. 시장화 자체가 또 북한의 공식부문으로 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사를 하고 돈을 벌면서, 주민들은 시장 경제에 부분적이나마 눈을 뜨게 됐습니다. 임강택 남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임강택: 계획경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부분적이 나마 시장경제 요소가 들어가면서 힘이 있어야 먹고 살 수 있다는 것, 또 돈의 가치가 어떤 것이냐를 느끼게 됐습니다. 북한 돈 뿐 아니라 중국 돈도. 그 과정에서 경제가 뭐다라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탈북자 이동훈(가명) 씨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에서는 이제 돈이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동훈 씨는 작년 7월에 탈북 했습니다.
이동훈: 그전부터 집이 힘 있고 돈만 있으면 사형장 말뚝에 있어도 살아난다고 말했습니다. 2000년부터 고난의 행군부터 사람인식이 그렇게 됐죠. 돈만 있으면 다 되니까.
살기 위해 너도나도 장사에 투입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자립심이 강해졌습니다. 특히 여성들이 장사를 많이 하면서, 가부장 적인 북한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또한 장사로 돈을 크게 버는 계층이 생기면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이, 즉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생겨났습니다. 동용승 연구원의 말입니다.
동용승: 북한 주민들은 거의 공무원 아니면 상인이라고 봐야 합니다. 스스로 소득을 얻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특히 여성들의 시장 활동이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겠죠./ 또 시장화 현상이 확산되고 심화되면서 장사꾼 들이 눈에 띠게 증가를 했고, 북한의 유통구조를 장악하면서 상당한 부의 축적을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확대됐다고 해서 일반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나아진 것은 아닙니다. 공공배급을 기대할 수 없는 일반 주민들은 집이며 가재도구, 농기구까지 몽땅 내다 팔고 거리에 나 앉는 경우도 많습니다. 탈북자 이동훈 씹니다.
이동훈: 국경연선의 지대 사람들은 좀 낫습니다. 그 사람들은 중국과 거래를 하고 중국물품이 들어와서 그것을 팔아서 먹고, 산에 가서 나무도 하고 먹고 산단 말입니다. 그런데 내륙지방 사람들은 규율이 심해서 나무하기도 힘들고 하니 집을 팔고 있던 것 모두 팔고나면 꽃제비가 돼서 길바닥에 나가면 막 얻어맞고 그래요. 국가 경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은 경제개혁조치를 통해 정부의 공급능력을 확대시켜 계획경제를 강화하고자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동용승 연구원입니다.
동용승: 무역적자는 오히려 확대가 됐습니다. 북한 내부의 시장이 활성화 되는 데 물자를 공급할 통로는 외부 밖에 없기 때문에 외부,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북한에서는 수출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생산력은 향상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자는 계속 누적, 확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국가경제 개혁에 실패한, 북한당국은 중앙 공급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더욱 외국 원조에 의존하게 됐습니다. 특히 2.13 핵 합의 이후, 남한을 비롯해 국제사회로부터 중유와 식량 등 지원이 시작되면서, 중앙 공급 능력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북한 당국은 시장화 확산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동용승 연구원은, 현재 북한 경제는 시장을 중심으로 한 민간경제와 계획경제를 고집하며 외부 원조에 의존하는 국가경제로 이원화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민간경제와 국가경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북한 경제가 시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만큼, 북한 당국은 국가경제에도 시장경제적 요소를 도입하는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