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납북자가족들은 북한에 억류돼 있는 가족이 하루 빨리 돌아올 것을 바라며 남북당국에 적극적인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9일 남한 전북 익산에서 있었던 납북자 가족들의 모임을 이진서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남한의 수도 서울에서 남쪽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4시간 가량 내려가면 전라북도 익산시에 닿게 됩니다. 서울과 부산 등 전국에서 납북자 가족들은 9일 익산에 있는 한 음식점에 모여 가족들의 소식을 나눴습니다. 이 음식점은 지난 1975년 8월 천왕호를 타고 조업 중 납북된 허용호, 허정수 형제의 동생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자리가 마련되자 납북자가족 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가장 최근에 천신만고 끝에 북한을 탈출시킨 납북어부 최욱일씨의 이야기로 납북자 구출의 어려움을 남한 가족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최성용: 최욱일씨가 양정자씨 만나는 장면 동영상 나온 것 보면 최욱일씨가 붕대를 감고 있는데 그것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그런 거야... 그때 열 세발을 꼬맨거야, 그때 죽었으면 내가 양정자한테 뭐라고 해야 하냐고... 다 탈출 시켰는데 거기서 죽으면 어떻하냐구? 탈출 안 시킨 것 보다 못하지...
최 대표는 무엇보다 납북자 당사자의 탈북 의지가 확고해야 탈출에 성공할 수 있다며 33년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최욱일씨의 경우 자신이 열 번 사람을 북한으로 들여보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최성용: 내가 사람을 아홉 번을 보냈는데 들어가면 잡히네... 알고 보니 자기가 신고를 했데요...
이날 모임에는 올해 아흔 살이 된 허성만 할아버지가 북에 억류된 둘째 아들을 살아생전 꼭 얼굴만이라고 다시 보기를 소원한다며 아들과 헤어졌던 30여 년 전의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허성만: 돈이 그때 70만원이면 겁나게 큰 돈입니다. 큰놈이 돈을 얻어 달라고 해서 줬더니 동해가서 식당을 차렸죠. 그런데 장사가 안 되니까 둘째하고 오징어잡이를 가자 그리고 가서 그렇게 됐습니다. 그때는 정신이 없었죠. 매일 밤이고 낮이고 생각이 나고 울고 했는데 이제 30년이 지났죠.
그 옆에 앉아 있던 막내아들 허용근씨도 이제는 하는 사업이 잘돼서 경제적 안정을 찾았지만 형 둘을 잃고 살아야 했던 시절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세월이었다면서 말을 잇지 못 했습니다. 허용근씨는 북에 살아있는 둘째형을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금 이 RFA 방송을 통해 자신의 형인 허용호씨에게 안부를 전하고자한다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허용근: 그동안 고초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부모님들 근심걱정이 제일 걱정이었어요. 자식들 둘이나 잃고 영업이 다 중단되고 하니까 자식 잃고 돈 잃고 그 말이 딱 이었어요. 우선 건강만 조심하고 있다 보면 세상이 좋아 지니까, 만날 날이 가까워 오니까 최대한 건강 조심하고 극단적 생각하지 말고...
올해 42살의 남장호씨는 지난 72년 6월 유풍호를 타고 동해에서 조업을 하던 중 북한에 의해 납치된 부친 남정열씨와의 재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5년 전 아버지가 북에 생존해 있다고 납북자 가족모임으로부터 연락을 받고나서 마음이 더 급해졌습니다.
남장호: 위로금을 받는지 보상을 받는지 모르지만 살아계신다니까 만나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때 아버님이 배를 타셨기 때문에 새벽에 나가 우리가 잘 때 들어오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머님 예기를 들어보면 배를 타고 싶어서 탄 것도 아니고...너무 힘들게 살았기 때문에 어머님은 우릴 데리고 속초항으로 나가서 울고불고...
남한정부는 지난 2일 납북자 피해보상법을 만들어 발표했습니다. 이 법은 귀환 납북자와 남한의 가족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하고 나아가 납북자 송환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 제일 처음 남한으로 돌아온 납북어부 이재근씨는 이번 남한정부의 납북자 피해 보상법으로 아직 북한에 억류된 납북자들을 더욱 많이 데리고 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재근: 만약 법이 3억6천 이상 보상해주면 내가 볼 때 거기 600명 정도 되는데 200명 죽었다고 보고 한 400명 볼 때 한 150명에서 200명은 내려올 수 있습니다.
납북자가 남한에서 보상금을 받게 된다면 탈북을 돕는 탈북중개인들이 적극적으로 납북자의 탈출을 돕게 될 것이라고 이재근씨는 설명했습니다.
납북자 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앞으로 더욱 열심히 활동을 해서 북에 살아있는 납북자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최성용: 우리가 납북자 운동이 끝나는 날은 우리 가족들의 유해가, 돌아가셨으면 북한이 유해를 줘야합니다. 그래야 납북자 운동이 끝나는 겁니다. 이 납북자 보상법은 하나의 피해자를 위한 정부의 보상법입니다. 앞으로 송환과 돌아가신 분의 유해, 분명히 북한은 가족에게 뼈를 줘야하고 정부는 찾아 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납북자 운동의 끝이에요.
이날 납북자 모임에는 구사일생으로 귀환한 납북자 이재근, 최욱일씨 까지 합류해서인지 이들 납북자 가족 40여명은 이제는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한껏 내보였습니다.
서울-이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