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채명석 seoul@rfa.org
아베 총리가 12일 오후 돌연 사임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납치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대북 강경 정책을 펼쳐 온 아베 총리의 퇴진으로 일본정부의 대북 정책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도쿄의 채명석 기자와 함께 아베 총리와 사임 배경과 대북 정책의 향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아베 총리가 갑자기 사임을 표명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베 총리는 12일 오후 2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총리직을 사임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아베 총리는 그 이유로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한 것과 테러대책 특별조치법의 연장이 어렵게 됐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아베 총리: 오늘 총리직을 사임을 결심을 했다. 참의원 선거 패배에 따라 테러대책 특별 조치법의 연장이 어렵게 돼 국면전환을 위해 물러나기로 결심했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지난 7월29일에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해서 야당 민주당에게 제1당의 자리를 물려주고 참의원 의장 자리까지 내주었는데요. 일본정부는 9.11테러 사건이 일어나자 그해 11월 아프가니스탄의 다국적군을 후방 지원할 수 있는 테러대책 특별 조치법을 제정하고 해상 자위대 함정을 인도양에 파견하여 급유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그 시한이 오는 11월1이로 다가오는 데요. 참의원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등 야당들이 법안 연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법안의 연장 가능성이 희박해 지고 있었습니다. 미국 정부도 자위대의 급유 활동이 중지되면 미군 활동에도 지장을 초래한다면서 일본정부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어서 아베 총리는 안팎으로 진퇴 양난에 빠져 있었습니다.
한편 진짜 사임 이유는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요사노 관방장관도 12일 오후 아베 총리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본래 위장병을 지병으로 갖고 있었는데, 그 위장병이 최근 악화돼서 사임을 결심했다는 얘기입니다.
아베 총리의 사임 표명에 따라 대북 강경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을 점쳐보기 위해서는 우선 누가 차기 자민당 총재와 총리로 유력한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재 누가 유력합니까?
아소 타로 자민당 간사장,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 다니가키 사다가쓰 전 재무상 이렇게 3명의 이름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오는 19일에 치르기로 결정됐는데요.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에 당원 투표는 생략하고 중의원 의원 306명, 참의원 의원 82 명만이 투표에 참가해 차기 총재를 선출할 예정입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아소 타로 간사장인 데요. 하지만 그는 국회의원 15명에 불과한 약소 파벌의 영수라는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 파벌 마치무라 파벌에 속해 있는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있는데요. 그가 총재 선거에 입후보할 의사를 표명할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아소 간사장이나 후쿠다 전 관방장관이 차기 자민당 총재에 이어 총리로 지명될 경우 대북 강경 정책이 선회할 가능성은 있는지요?
아소 간사장이 총리로 지명될 경우, 대북 강경 정책 기조는 당분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아베 1기 내각에서 외상을 지냈고, 제2기 내각에서는 당 간사장으로 발탁됐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귀결입니다.
반면 후쿠다 내각이 발족하게 된다면 대북 강경 정책이 크게 선회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후쿠다 씨는 고이즈미 내각의 관방장관으로 재임하면서 관방 부장관이었던 아베 씨와 납치문제 처리를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후쿠다 씨는 대북 관계 뿐 아니라 대한, 대중 관계에 있어서도 대화를 중시하는 온건파 정치가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편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최대의 후원자인 아베 총리가 사임을 표명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일본언론들은 또 “미국이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려는 움직임에 박차가 가해 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가족들의 목소리도 함께 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