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2기 내각, 북한에 대한 태도 변화하나

도쿄-채명석 seoul@rfa.org

그동안 납치문제 해결 없이는 인도적 지원은 없다는 방침을 견지해 온 일본정부가 29일 북한에 대한 수해지원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힘으로서 아베 내각의 대북 정책이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문> 채 기자, 지난 27일의 개각에서 외상으로 기용된 마치무라 외상이 북한에서 발생한 집중 호우 피해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아베 정권의 대북 정책이 바뀌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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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베 신조 (Abe Shinzo) 관방장관 - AFP PHOTO/JIJI PRESS

<답>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북 정책의 변화라기는 보다는 북한을 어우르기 위한 전략적 변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베 정권이 만약 ‘납치문제 진전 없이는 인도지원은 없다’는 종래의 방침을 변경하여 비록 직접 북한에 전달하는 형식은 아니지만 유엔산하의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대북 인도 지원을 실시할 경우, 일단 획기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닛케이 신문이 29일 보도한 것을 보면 오는 9월5일과 6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열리는 북일 실무그룹 회의 때 일본측은 “납치문제와 함께 과거 청산 문제도 논의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같은 방침 전환 역시 북일 실무 그룹 회의가 재개되더라도 “납치문제의 진전이 없는 한 국교정상화는 있을 수 없다”는 일본측 주장과 “납치문제는 이미 해결되었다”는 북한측 주장이 다시 팽팽히 맞서 첫날부터 회의가 결렬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북한측을 어우르기 위한 전술상의 변화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의 송일호 국교정상화 담당대사도 29일 귀국에 앞서 중국의 선양 공항에서 기자단에게 아베 총리의 북한에 대한 자세에 진전이 보였다며 이를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송일호 대사는 또 아베 총리가 “과거 청산에 처음 언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베 총리는 28일 북일 실무그룹 개최와 관련해서 “납치문제, 핵문제 해결과 함께 일북간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일북 정상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아베 2기 정권의 대북 정책 변화를 점쳐보기 위해서는 새로운 외교 사령탑으로 임명된 마치무라 외상의 대북 관이나 대북 정책이 궁금한데요. 이 사람은 평소 어떤 대북관을 갖고 있는 인물입니까.

<답> 마치무라 외상은 2001년 문부과학상을 지내면서 왜곡된 후소샤 판 중학교 역사 교과서 검정을 통과시킨 장본인인데요. 고이즈미 2기 내각 때는 외상을 지내면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적극 옹호한 이력 때문에 대 한국, 대 중국 강경파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는 또 외상으로 재임할 때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상징적인 존재인 요코다 메구미 씨의 유골 감정 문제가 불거져 북한과도 치열한 설전을 벌였는데요. 2004년12월 11일자 아사히 신문이 보도한 것을 보면 유골 감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치무라 외상이 그 다음해 2월말이나 3월말 사이에 북한을 방문할 것을 검토했었다고 합니다.

또 지난 3월25일 NHK의 뉴스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는 “납치문제와 국교정상화를 위해 아베 총리가 평양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강조하면서 “일정한 조건과 환경이 충족되면 북일 정상간의 직접 협상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런 발언들로 미루어 보아서 마치무라 외상은 납치문제와 국교정상화를 동시 병행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자신이나 아베 총리가 평양을 직접 방문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인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또 미북 접근, 6자 회담 진전에 따라 일본만이 고립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마치무라 신임 외상은 아베 1기 내각의 ‘납치 일변도 대북 외교 노선’을 어느 정도 수정해 갈 것이란 관측도 대두하고 있습니다.

<문> ‘납치 일변도 대북 외교 노선’을 수정하는 것은 아베 총리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 터인데요. 마치무라 외상에게 그럴 만한 정치력이 있습니까.

<답> 신임 마치무라 외상은 아베 총리가 속해 있던 마치무라 파의 파벌 회장임으로 다른 각료들과는 달리 아베 총리와 대등한 역학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무라 외상은 또 외상을 두 번 지내기 때문에 납치문제와 국교정상화 문제에 있어서 어떤 공적을 탐내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치무라 외상이 현재의 ‘납치 일변도 외교’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베 총리를 설득하는 일이 관건인데요. 참의원 선거 대패에 따라 내정 일이 바빠진 아베 총리가 대북 외교를 마치무라 외상과 외무성에 떠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