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채명석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는 규마 방위상의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자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2일 엄중 주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한 원자폭탄 피해국입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미국이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행위를 옹호하거나 긍정하는 발언은 금물입니다.
그럼에도 현직의 방위상인 규마 후미오 대신이 지난 달 30일 지바의 한 대학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는 어쩔 수 없었다”식으로 미국의 원폭 투하 행위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하여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규마 방위상은 이 강연회에서 “미국은 일본이 질 것이라는 뻔히 알고 있었는데도 굳이 원자폭탄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려 전쟁이 끝났다. 그 덕택으로 홋카이도가 소련에 점령되지 않고 전쟁이 종결됐지만, 하마터면 홋카이도가 소련에 점령당할 번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규마 방위상의 발언이 전해지자 그의 선거구이기도 한 나가사키 시민들은 “일본은 세계 유일의 피폭국으로 그때의 뼈아픈 교훈을 살려 비 핵국가를 지향해 왔다. 그럼에도 현직의 방위상이 미국의 원폭투하를 옹호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고 분개하고 있습니다.
같은 피폭지인 히로시마 시민들도 “북한의 핵 개발을 비난해 온 일본 정부의 현직 각료가 비록 반세기 이전의 일이기만 하지만 핵 무기 사용을 정당화한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하면서 “일본이 자랑해 온 비핵 3원칙도 머지 않아 유명 무실해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사토 내각 때인 1967년 핵 무기의 보유, 제조, 반입을 일절 금지하는 ‘비 핵 3원칙’을 표방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 개발이 사실이 알려진 이후 일본의 우익세력들은 공공연히 ‘비 핵3원칙’을 당장 폐기하고 일본도 핵무장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민당의 나카가와 쇼이치 정조회장은 ‘비 핵3 원칙’에 얽매어 핵 개발을 논의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봉쇄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일본도 당당히 핵 개발 논의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산케이 신문이 작년 12월25일에 보도한 것을 보면 일본정부는 북한이 핵실험 발표를 하기 직전인 9월20일자로 작성한 내부 문서에서 “일본이 소형 핵 탄두를 만드는데는 적어도 3년 내지 5년이 걸리며, 비용은 2천억 엔 내지 3천억 엔이 소요된다”고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베 총리는 규마 방위상의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야당이 이를 오는 7월29일에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의 쟁점으로 삼으려 하자 2일 그에 대해 엄중 주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빌미로 ‘전수방어 원칙’ ‘우주의 평화 이용 원칙’ 등 같은 종래의 방침을 하루아침에 버리고 자위대의 해외 파병, 4기의 군사 첩보 위성을 발사해 왔습니다.
또 아베 정권은 북한의 핵 위협을 빌미로 핵 무장 논의를 공론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일본의 반전 평화 운동가들은 규마 방위성의 원폭투하 옹호 발언이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핵 무장 논의를 공론화 하려는 움직임의 연장선상에서 튀어나온 발언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비 핵 3원칙’에 대한 시시비비가 다시 가려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