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남한의 현대그룹이 북한측과 직항로를 이용한 백두산 관광을 내년 5월부터 시작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분단 59년만에 남한 주민들이 중국을 경유하지 않고 백두산을 직접 관광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백두산 관광을 내년 5월부터 실시하기로 북측 조선아태평화위원회와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현대그룹은 이번 합의를 통해 50년간의 백두산 관광 사업권을 확보했습니다. 또 오는 12월초부터는 개성관광도 시작될 전망입니다.
그 결과 현대그룹은 백두산, 금강산, 개성 등 3대 북한 관광사업을 모두 따내 대북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백두산관광과 개성관광까지 현대그룹에 내준 것은 현대가(家)에 대한 애정이 여전하다는 증거로 풀이됩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번에 현정은 회장에게 만찬까지 베푼 것은 그가 정주영→정몽헌→현정은으로 이어지는 현대가와의 인연과 경협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면 북한이 제2차 남북정상선언 합의사항 중 백두산 관광부터 서둘러 실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북한 체제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현금을 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금강산 관광처럼 북한 주민들의 남한 주민들과의 접촉을 차단한 가운데 일정한 통제구역에서 외화벌이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이른바 모기장 이론에 근거한 것입니다. 무더운 여름밤에 모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모기장을 치지만 그 사이로 시원한 바람은 들어오도록 하려는 것이 모기장을 치는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이와 마찬가지로 북한 당국 입장에서 외부로부터 달러라는 시원한 바람은 들어오도록 허용하되 자본주의 풍조라는 모기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모기장식 개방입니다.
이것은 쿠바식 관광모델과도 같습니다. 쿠바도 미국의 제재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경제난을 풀려고 했습니다.
또 최근 동남아를 순방한 북한 김영일 내각 총리가 베트남의 대표적 관광단지인 하롱베이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모기장식 개방이 초기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모르지만 북한 경제를 회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데 북한 당국이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양을 다녀온 노무현 대통령 말에 의하면 김정일 위원장은 개방·개혁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관광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