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르포>남북공동어로의 현장 백령도를 가다

서울-박성우 parks@aisa.rfa.org

지난 주 열린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최대 현안이었던 공동어로 문제가 타결되지 못한 것은 북측이 서해 북방한계선, 즉 NLL을 재설정하자고 요구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령도 주민들은 과거 6.25 전쟁의 상흔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지만 현실적으로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동어로구역 설정은 필요하다는 반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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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동쪽 <사곶 천연 비행장>에서 조개를 캐던 주민들-RFA PHOTO/박성우 >> 슬라이드 쇼 보기

북한의 서쪽 끝 웅진반도에서 배로 30분 거리에 있는 한국 섬 백령도. 지난 주 평양에서 열린 국방장관 회담에서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합의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백령도 어민들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백령도 동쪽 진촌에 있는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주민들입니다.

(기자: 국방장관 회담 결과 나오는 거 보셨죠.)봤어. 안 돼. 보니까 안 되겠던데. 100프로 안 돼.

남북은 이달 중 장성급 군사회담을 다시 열고 지난 주 국방장관 회담에서 합의를 도출하는데 실패한 공동어로구역 설정 문제 등을 협의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북측은 지난 주 회담에서 남측의 북방한계선 즉 NLL을 재설정 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고, 또 NLL 보다 아래에 있는 12해리 영해기선을 북측 영해라고 주장하는 등 NLL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장성급 회담의 전망 역시 밝지는 않다는 게 남측 회담 관계자들의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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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북서쪽 두문진 포구에서 어업을 하는 김진화씨는 협상이라는 게 주고받는 것인데 북측의 요구가 너무 과했던 거 아니냐며 공동어로구역 협상이 결렬된 건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김진화: 텔레비전에 나오는 거 우리도 관심 있게 보는데요. 보니까... 북쪽에서는 우리 안방에다가 바다에 나가서 평화지대를 만들어서 어업을 하자고 하니... 우리 자리 내놓고 마는 건데... 내 놓고 올라도 못가는 건데... 그건 말도 안되는 거야.

백령도 동쪽 <사곶 천연 비행장>에서 조개를 캐던 주민들은 북한과 공동어로 문제를 놓고 회담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못마땅한 표정입니다. 자신의 성을 김씨라고 밝힌 한 주민입니다.

(기자: 남북 공동어로구역...) 아 그것도 여기 사람들은 하나도 좋아하지도 않아요. 하여튼 그렇게 되면 여기 사람들은 살기 힘들어 진다는 거... 여기 사람들은 알거든. 그거 모르는 사람들이 그렇게 되면 좋지 않냐... 그러는데 우리는 그렇게 될수록 더 힘들어...

왜 이토록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지... 그 이유는 백령도 진촌에 있는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위해 둘러앉은 주민들에게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6.25 겪은 사람들 이야기 들어 보면... (거 되지 않을 일을 하려고)... 아이 고개를 싹 흔들고 말아야. 6.25를 안겪어 봤기 때문에 그걸 모르는데...

6.25 전쟁으로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피를 흘렸던 기억이 백령도에서는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말입니다.

백령도는 지난 1970년 7월 북측에 나포된 후 도망치다 총에 맞고 물에 빠져 사망한 어부 다섯명의 넋을 기리는 비문과 한국전쟁 당시 계급도 군번도 없이 북한군과 싸우다 전사한 442명의 혼백을 달래는 전적비가 세워진 곳입니다.

북한은 6.25 전쟁 기간 동안, 그리고 그 이후로도 백령도 주민들에게 이처럼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겼고 그래서 주민들의 상당수는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아직은 힘겨운 일로 여겨진다고 말합니다.

백령도 주민들은 감정적으로는 이처럼 북한과의 대화 자체를 꺼리지만, 현실적으로는 북한과의 공동어로구역 설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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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북서쪽 사항포구에서 만난 일흔 다섯살의 어부 최동옥씨-RFA PHOTO

백령도에서 북한 옹진반도까지의 거리는 불과 16키로미텁니다. 그 가운데로 북방한계선, NLL이 그어져 있습니다. 안전 문제 때문에 어민들은 하지만 해안에서 불과 1.6키로미터 정도까지 밖에 조업을 나가지 못합니다. 어민들은 또 해지기 한 시간 전에는 항구로 들어와야 합니다.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식 불법 조업도 백령도 주민들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백령도 북서쪽 사항포구에서 만난 일흔 다섯살의 어부 최동옥씨 입니다.

최동옥: 고기가... 여기서 잡아야 되는데... 중국 아이들이 다 끌어가서요. 고기가 아주 없어요. 저기 배가 저기 있잖아요. 중국배가... (아 저게 중국배에요?) 네. 다 끌어가요. 그래서 고기가 없어요.

북한과 가까이 있어 안전상의 이유로 어업을 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는데다 중국 배까지 들어와 불법 어업을 하는 통에 백령도 어민들은 생업을 포기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경우마저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백령도에는 군인과 민간인을 합쳐 9천 명가량이 상주하고 있는데, 섬임에도 불구하고 어민은 고작 20%에 지나지 않습니다. 60% 가량이 농민이고 나머지는 상업 등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향토사학자 장형수씨입니다.

장형수: 저 밖에 중국 어선이 몇 척 떠 있는데. 3년 전에 중국 어선이 이 NLL 선으로 한 5백척 들어와서 싹 끌어가는 바람에 이 섬이 생선이 귀한 섬이 됐습니다. 지금 이 큰 동네에 횟집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건 중국 어선의 피해 때문에 회거리가 줄어드는 바람에 횟집이 다 문을 닫았습니다.

6.25 전쟁의 기억이 강하게 남은 탓에 북한과 공동으로 어업을 할 수 있는 수역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여전히 껄끄럽긴 하지만, 6.25 전쟁의 기억이 강하게 남은 탓에 북한과 공동으로 어업을 할 수 있는 수역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여전히 껄끄럽긴 하지만, 어민들은 만약 북측이 합리적인 태도로 대화에 임해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게 된다면 중국배의 불법 어업으로 입고 있는 피해를 공동으로 방지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백령도 연화3리에서 만난 어부 한평옥씨입니다.

한평옥: 우리가 더 많이 잡겠다는 것이 아니고... 중국 배를 우리가 견재하면서 하면... 우리 어로구역에 못오지 않겠느냐... (기자: 중국한테 빼앗기는 게 너무 많으니까 남북 공동으로 잡을 수만 있다면, 공정하게 나눌 수만 있다면 좋겠다?) 그렇죠. 우리 바라는 게 그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