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박성우 parks@rfa.org
한국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으로 북한에는 햇볕이 내리쬐고 있지만 정작 한국땅인 백령도에 사는 주민들은 그 햇볕이 그립다고 말합니다. 백령도에서 보도합니다.

(안내방송) 금일 오전 8시 출항하는 ... (안내원) 탑승하실 때 인적사항 쓰시고 들어가시면 표를 끊어주실거에요.
인천 연안부두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은 날씨가 좋으면 4시간 반, 파도가 치면 5시간이 넘게 걸려야 백령도에 갈 수 있습니다.
(기자: 선장님!) 아 네. 올라오세요. (기자: 아휴, 감사합니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 한 번 해 봅시다.
청해진 해운 소속 <가고오고>호 박문일 선장은 여객선들이 약 33노트, 일반 승용차 기준으로 시속 60 킬로미터로 항해하는 초고속 선박이어서 백령도까지 직선 항로로 운항을 하면 2시간 50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객선들은 하지만 이 북서쪽 직선항로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선박들은 서쪽으로 한 참을 항해한 다음 15마일 가량을 둘러서 백령도로 향합니다. 박문일 선장입니다.
(기자: 직선으로 갈 수 있는 거리를 빙 둘러가는 이유가 뭔가요?) 그 이유가 간단하죠. 위에는 우리가 말하는 북한, 그리고 여기는 남한... 이 두 나라가... 사실은 한 나라지만 서로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신경을 안 건든다는 거지요.

다섯 시간이 걸려 도착한 백령도.
관광객: 저 끝이 인당수고. 저기가 장산곶... 옛날에 장산곶 마루에... 그런 노래 있었잖아.
눈 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졌다는 효녀 심청이의 전설이 살아있는 곳, 여기 심청각에서 만난 관광객 이종복씨는 힘들게 왔지만 볼거리가 많아 만족스럽다는 표정입니다.
(기자: 백령도, 관광지로는 몇 점이나 주실 수 있을 거 같으세요) 두무진쪽에 배타고 가는 데는 아주 경치가 아주 좋던데요. 한 번 쯤은 와 볼 만한 곳이더만요. (기자: 오시기에 너무 불편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요 뱃길이 좀 멀더군요. 난 5시간 반 걸려서 왔어요. 풍랑이 심해가지고...
백령도는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단 두 곳 밖에 없다는 단단하게 다져진 천연 모래밭 비행장을 포함해 서해의 해금강이라고 불리는 두무진 포구와 같은 관광지가 많은 섬입니다.
백령도는 이처럼 관광자원은 풍부하지만 오가는 게 불편해 관광객이 찾기 힘들다는 점 말고도 관광 자원의 개발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제약들이 있습니다. 백령도에서 잡화상을 하는 손정서씨는 섬 북쪽에 깔려 있는 지뢰를 가장 큰 문제로 꼽습니다.
손정서: 작년에도 겨울인가... 지뢰 터져가지고 발목 하나 나갔어요. 그것도 군인이 그랬는데... (기자: 지뢰가 어디 주로 묻혀 있나요?) 북쪽으로 많이 묻혀 있죠. 북한쪽으로... (기자: 간첩 넘어 온다는 거 때문에 그런가요?) 글쎄 그 때 당시에는 그랬었나봐요. 지뢰 때문에 구경할 게 없는 거야. 한바퀴 돌고 나면, 유람선 한 번 타고 나면 구경 할 게 없다 이거야...
백령도에서 경치가 좋은 북쪽 해안은 실제로 ‘지뢰가 있으니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들을 여기 저기서 볼 수 있습니다. 백령도 동남쪽 콩돌해안. 콩알 만한 크기의 오색빛깔 돌멩이들이 1키로미터 정도 길이의 해안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도 북한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관광객들 스스로가 꼭 지켜야 될 사항이 있습니다. 콩돌해안 관리자인 최상래씨입니다.
최상래: 해 떨어 질 때 까지는 놀 수가 있어요. (기자: 아 여기도 해 떨어지면 나와야 되는 군요) 네 나와야죠. 저기 군인이 저기서 내려다 보고. 껌껌하면 나가라고 그러니깐... 밤에는 여기 오지를 못해요. (기자: 밤에는 아예 출입금지?) 네.
이처럼 북한과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제약들이 있지만, 백령도 구석구석은 안보 관광지로서의 장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심청각 앞에서 만난 향토사학자 장형수씨입니다.
장형수: (기자: 참 재밌게 본 게 하나 있어요. 이게 심청각. 관광지로 개발한 곳이잖아요. 그런데 바로 옆에 탱크가 하나 있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설명을 해 드리죠. 현재 안보상 최전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섬이 이 섬이라구요. 그래서 오는 관광객들이 이만큼 최전방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보고 가라고 갔다 논 거라고... 군부대에서 그런 차원에서 갖다 놓은 겁니다. (기자: 거의 안보 관광지 역할을 하고 있네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봐야 되요.
북한을 고려해 직항로를 버리고 빙 둘러서 4시간 반을 넘게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섬, 백령도. 곳곳에 지뢰가 묻혀 있고, 밤이 되면 자유롭게 해변을 거닐 수도 없는 곳. 이곳 백령도 주민들과 백령도를 오가는 사람들은 하지만 한국과 북한의 사이가 점차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백령도에도 조만간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지 않겠냐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고오고>호 박문일 선장입니다.
박문일: 지금 개성공단이나 이런 거 몇 개를 더 만들 거라고 이야기 하고, 지금은 수시로 우리 대통령이 걸어서 갈 정도가 되지 않았습니까. 얼마 안있으면 좋은 일이 있지 않겠나... 그러니까 좀 기다려 봐야지 뭐. (기자: 소위 말해서 햇볕... 햇볕이 북한 땅에는 많이 내려쬐고 있는데... 백령도도 좀 늦게라도 내려쬐었으면 좋겠다?) 그렇죠. 햇볕도 좀 많이 쬐어가지고 나중엔 정말 누구나 자유롭게 오고가고 할 수 있는... 그래서 저희 배가 가고오고호 아닙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