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진희
지난 달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미국이 지목한 테러지원국들과 거래한 기업들의 이름을 공개한 일이 있습니다. 해당 기업들로부터 큰 불만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해당기업들의 이익단체인 국제은행기관이 증권거래위원회에 기업 명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진희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을 살펴봅니다.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공개한 명단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죠.
미국 국무부가 테러지원국가로 지목한 나라는 북한, 쿠바, 수단, 이란, 시리아 등 5개국인데, 증권거래위원회가 이들 테러지원국들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거래한 기업들의 명단을 최근 공개했습니다. 여기엔 홍콩상하이 은행, 크레디 스위스 은행 등 전 세계적인 금융기관을 비롯해, 의료업체인 지멘스 등 다국적 기업들 해서, 70여개 정도의 기업이름이 명단에 올랐습니다. 미국 기업들도 있었습니다.
이 중에 홍콩상하이 은행과 크레디 스위스 은행은 테러지원국 5개국과 모두 거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과 직접 혹은 간접으로 거래한 기업으로는, 홍콩상하이 은행과, 크레디스위스 은행,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지멘스, 의약업체인 바이오텍 홀딩스, 중국유차이인터내셔널, 그리고 최근 추가된 남한의 한국전력공사와 중국의 최대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민드레이메디컬 인터내셔널 등 7개 기업입니다.
처음 명단이 나왔을 때부터 해당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되지 않았습니까? 테러지원국들과 직접, 간접으로 거래한 기업이라는 오명도 기업 이미지에 좋을 리가 없는데요, 그래서 이번에 국제은행기관이 아예 증권거래위원회에 웹사이트에서 이들 기업의 명부를 빼줄 것을 요구했죠?
그렇습니다. 철회 요구를 하고 있는 곳은,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은행기구(The Institute of International Bankers)라는 민간단체입니다. 전 세계 30여 개국에 있는 은행과 금융기관들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국제은행기구는 지난 6일 증권거래위원회에 서한을 보내서 웹사이트에서 명부를 내리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명부 자체가 투자자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으며, 불공정하고도 편파적이라는 비판입니다. 서한은 실제로 명부에 포함된 외국계 금융기관 중 어느 곳도,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명시한 국가들과, 재정 상황에 크게 영향을 미칠만한 거래를 한 일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증권거래위원회측은 처음에 명단을 공개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이지,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고 해서 테러를 직접 혹은 간접으로 지원했다거나 다른 부적절한 행위에 가담했다는 뜻은 아니다, 이러 해명을 하지 않았습니까?
국제은행기관측은, 그 같은 해명은 명단에 내포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제거하지는 못한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1,200여개의 미국 상장 외국 기업들을 대표하고 있는 미국의 민간단체 국제투자기구의 사이먼 웨버 대정부 담당 이사는, 언론 보도 자료에서 “테러국가에 대한 지원”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을 크게 비판했습니다. 증권거래위원회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언어 사용에 신중을 기하지 못했다는 지적한 웨버 이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웨버: SEC also employes rhetoric like subsidizing terror in its press release, it has to be very careful what it says...
그렇군요. 이번 철회 요구에 대해, 증권거래위원회 측의 반응이 나온 것이 있습니까?
증권거래위원회 대변인은 AP통신에, 명단을 웹사이트에서 빼거나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국제은행기구가 보내온 서한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남한 한국전력공사가 이 명단에 추가가 되면서, 앞으로 더 많은 남한 기업들이 명단에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명단이 추가가 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특히 남한의 공기업이 명단에 오른 만큼, 다른 민간 기업들도 안심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케도, 즉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와 함께 북한 함경남도 금호지구 경수로 사업 공사를 맡아 왔습니다. 경수로 사업은 지난해 완전히 종료가 됐는데요, 북한 밖에 소재하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소유의 경수로 기자재에 대한 모든 권리를 양도받고 사업 청산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됐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또 지난 2005년부터 북한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한국 전력측은, 이번 명단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 눈칩니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남한의 연합뉴스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하고 있는 연간보고서의 내용을 투자자들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올려놓은 것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