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수역사무국 (OIE, Office International des Epizooties)에 조류독감 사태에 관한 보고서를 보내고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사무국측은 구체적인 지원내용을 결정하기 위해 1-2주 안에 북한 측과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 7일과 8일 리경근 농업성 수의방역국장 명의로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수역사무국에 북한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국제수역사무국 회원국은 자국에 가축 유행병이 발생할 경우 국제수역사무국 본부에 공식 보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보고 내용은 회원국들과 일반인들 모두에게 공개됩니다. 북한은 지난 2001년에 국제수역사무국에 회원국으로 가입했습니다.
북한은 보고서에서 조류독감 발생 경위와 그동안 취한 조치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포와 만경대 닭 공장에서는 긴급 예방접종을 실시해서 15만 마리의 닭을 도살 처리한 평양 하당 닭 공장과 달리 그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또 이번 조류독감 사태가 북한에서는 처음 있는 일인데다, 전문가와 장비 그리고 진단시약이 부족해서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수역사무국의 카림 벤 제바라 (Karim Ben Jebara) 동물정보 부장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당국으로부터 조류독감 진단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We received the request from the (North Korean) government for assistance in improving diagnostic capabilities, etc."
제바라 부장에 따르면, 국제수역사무국은 지난주 프랑스에서 유엔 식량농업기구와 공동주최한 조류독감 관련 국제회의에서도 회원국들에게 북한의 조류독감 실태를 설명하고 북측의 지원요청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어서 북한은 두 국제기구에 조류독감 진단장비와 방역 기술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제바라 부장은 말했습니다. 국제수역사무국과 유엔 식량농업기구측은 북한의 이러한 요청을 투명성과 국제협력에 있어서 북한이 진일보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평가하고 환영했다고 제바라 부장은 전했습니다.
제바라 부장은 또 아직까지 북한에 대한 지원내용이 구체화되지는 않았다면서, 국제수역사무국은 베르나르 발라 사무총장이 해외출장에서 돌아오는 대로 1-2주 안에 프랑스주재 북한 대표부측과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Details on how we will assist will be discussed later on.”
제바라 부장은 국제수역사무국이 과거 동남아시아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 해당국가에 전문가들을 파견하고 수의사 훈련과 진단시약을 제공했다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비슷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원내용은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조사하는 작업이 끝난 다음에나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국제수역사무국은 1924년에 설립된 정부간 국제기구로, 동물 질병에 관한 정보를 전 세계에 신속하고 투명하게 알리는 것을 주된 사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물 질병이 발생한 회원국들에게 방역과 질병퇴치를 위한 기술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김연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