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타결된 배경에는 미국 행정부 안에서 대북 강경파들의 입김이 줄어들고 부시 대통령 자신이 북한과의 협상을 지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새 대북 정책 기조가 지속될지 여부는 북한이 추가 핵폐기 조치를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부시 미국 행정부 안에서 딕 체니 부통령이 중심이 된 대북 강경파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20일 보도했습니다. 체니 부통령은 기본적으로 북한을 믿을 수 없는 상대로 인식하고 그동안 북한과의 핵 협상에 강력한 제동을 걸어왔지만, 이라크 사태가 더 악화되고 야당인 민주당이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외교정책 결정과정에서 체니 부통령의 입김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분석입니다.
대신 라이스 국무장관을 비롯한 대북 협상파의 입지가 커지면서 지난달 북한과의 베를린 양자회동이 성사되고 결국 지난 13일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에서 합의문이 나올 수 있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습니다.
이같은 미국의 입장변화에는 북한과의 협상이 필요하다는 부시 대통령의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6자회담에서 이뤄진 합의는 북한 핵폐기를 향한 훌륭한 첫 걸음이라며 적극 옹호하고, 이번 합의를 번복해야 한다는 일부 강경파들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작년까지도 체니 부통령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던 부시 대통령이 이번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외교협회의 개리 새모어 (Gary Samore) 부회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이 2008년말까지 남은 임기 동안 현재의 대북 협상기조를 유지할지 여부는 북한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Samore: (If N. Koreans are seen as carrying out this agreement in good faith, by that I mean freeze as the first step and they're seen as negotiating seriously about additional disarmament steps, then I think Bush will feel his decision was justified.)
“북한이 핵동결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고, 추가 핵폐기 조치들에 관해 진지하게 협상에 임한다면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 협상하기로 결정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대북 협상론자들에게 계속 힘을 실어줄 겁니다. 그러나 반대로 만약 북한이 속임수를 쓰다가 걸리거나 과도한 요구로 협상의 진척을 막는다면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놀아났다고 생각하고 강경론으로 돌아설 수 있습니다.”
미국의 민간 보수연구단체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Bruce Klingner) 선임연구원도 현재로서는 부시 대통령이 보수파들의 반발에 신경 쓰지 않고 6자회담의 합의를 이행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도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받아들이는 것까지는 별 문제 없이 이행할 것으로 클링너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핵개발 계획을 모두 신고하는 단계에 가서는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클링너 연구원은 내다봤습니다.
Klingner: (If N. Korea does not declare any highly enriched uranium based weapons facility, then that would be possibly the source of stopping the benefits we are to be providing to N. Korea.)
“만약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기초로 한 핵무기 시설을 신고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북한에 주기로 한 혜택을 중단할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6자회담 합의대로 북한이 다른 회담 참가국들에게 핵개발 계획을 신고하더라도, 내용이 공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신고내용이 미국이 확보한 정보와 큰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행정부 관리가 직접 얘기하거나 언론에 이 사실이 유출된다면 부시 행정부의 대북 협상기조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제기될 것입니다.”
한편 지난 13일 발표된 6자회담 합의문에 따르면 북한은 60일 안에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받아야 하며 그 대가로 중유 5만 톤 상당의 경제지원을 받게 됩니다.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 조치를 이행하고 핵개발 계획을 모두 신고할 경우 추가로 중유 95만 톤 상당의 경제, 에너지, 혹은 인도적 지원을 받게 됩니다.
워싱턴-김연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