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미국과 북한 두 나라는 이달 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를 열고 올해 안에 6자회담 2.13합의 핵불능화 단계를 이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한이 핵시설을 불능화시키고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등 전면적인 북미관계 개선 과정에 들어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전문가들도 여전히 많은 걸림돌이 남아 있다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고 여전히 북한은 미국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김영일: 미국은 대화의 막 뒤에서 우리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강화하는 한편 공화국을 내부로부터 와해시키기 위한 심리 모략전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으며...
8일 북한정권 창건 59돌 기념 보고대회 현장의 김영일 내각총리의 연설 내용입니다.
김영일: 우리 군대와 인민은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일본 반동들의 무분별한 행동을 준열히 단죄 규탄하며 공화국의 자주권과 이익을 침해하려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추호도 용서 없이 단호히 징벌할 것이다...
최근 제네바 북미접촉 후 일각에서는 미북관계 정상화의 급속한 진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은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북한과 미국이 관계를 개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미국 측 전문가들의 반응입니다. 지난 2002년 10월 북한을 방문해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의혹을 제기했던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차관보의 말입니다.
James Kelly: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의 평화협정과 관계정상화 관련한 입장을 분명히 하긴 했지만 한 단계씩 차근차근 진전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외교관들이 여기저기서 만난다는 것 자체가 꼭 이야기의 끝을 말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돼 가는지 더 두고 봅시다.
과거에도 리비아가 핵을 포기한다고 했을 때 미국과 리비아의 관계정상화는 금방이라도 이뤄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2003년 말 리비아의 완전한 핵포기 선언 이후 9개월이 지나 미국은 적성국 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리비아를 제외시켰고 2005년 말 리비아가 핵 활동을 완전히 중단한 이후 6개월이 지나서야 미국은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습니다.
북한의 경우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기 위해서는 일본인 납치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하고 적성국 교역법 적용에서 제외되기 위해서도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에드 로이스(Ed Royce) 미 하원의원 등을 비롯한 의회 관계자들의 차가운 반응에서 느낄 수 있듯이 미 의회의 동의를 얻기도 그리 쉬워 보이진 않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관계개선을 위해 진정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결단을 내렸는지도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의 한반도 전문가 다니엘 스나이더 박사는 아직까지 북한은 어렵지 않은 핵시설 폐쇄 밖에는 한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Daniel Sneider: 북한이 일단 미국과의 관계개선 과정에 들어서기로 마음을 먹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할 것이고 현재 그렇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직 북한이 어려운 결단을 내릴 단계에는 오지 않았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어디까지 가려고 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실제로 행한 일은 그들에게 매우 쉬운 것뿐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