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박성우 xallsl@rfa.org
오래전부터 서울의 상징이었던 명동 한 복판에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 대사관들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인 24층짜리 중국 대사관이 새로 생길 예정인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중 하나인 명동 한 복판, 서울 중앙 우체국 뒤편으로 10여 미터를 걸어 들어오면 중국 대사관 옛터가 나옵니다.
서울 중구 명동2가 83의 7번지. 중국은 이 터에 지하 2층, 지상 24층, 연면적 만7천199제곱미터의 대사관을 2010년께까지 새로 지을 예정입니다.
현재 국내 외교공관 중 최대 규모인 러시아 대사관보다도 높고 무려 5천 제곱미터가 더 넓습니다.
이 소식은 지난 주 서울시가 ‘중국 대사관 특별계획구역’의 ‘세부 개발계획 결정’을 통과시키면서 알려졌습니다. 대사관터 앞 골목을 찾은 24일 오후, 주변 상인들은 한국내 최대 규모 대사관이 들어온다는데도 그다지 반기는 내색은 아닙니다.
이미 명동은 상권이 발달할 만큼 했기 때문에 대사관이 새로 들어온다고 해서 크게 더 좋아지지는 않으리라는 전망 때문입니다.
상인: 원래 상권이야... 기존의 상권이 형성돼 있는 거니까... 대사관이 들어간다고 해서 특별이 더 좋아질까요? 글쎄요, 모르겠네...
또 다른 상인은 남산에 있는 중국 영사관이 대사관과 함께 입주해야 주변 상인들 장사가 잘 되겠지만, 대사관만 오기 때문에 상권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상인: 대사관은 상관없어요. 영사부 손님이 많지, 대사관 손님은 없잖아요. 영사부 손님이 많아요. 비자 발급 받고 그러니까요.
중국대사관측은 2002년 이곳에 새 건물을 짓기 위해 서울 효자동의 한 4층 건물에 마련한 임시 대사관으로 옮겨간 상태고, 이곳 대사관 신축 예정지에는 이전에 있던 건물을 철거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명동 대사관터는 예전엔 대만 대사관이 있던 자리였지만, 1992년 8월 한국이 중국과 수교하면서 중국대사관으로 이름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지금도 대사관터 바로 옆엔 대만계 화교들이 다니는 <한성화교소학교>가 있습니다.
수교와 단교 등 민감한 정치 외교적 사안이 얽혀 있던 자리라 주변의 화교 상인들은 한국 최대 규모의 대사관 건물이 신축되는 걸 놓고 빚어지는 논란들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상인: 저는 인터뷰 안합니다.
하지만 인터넷 토론 게시판에서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자신을 ‘유리'라고 밝힌 한 인터넷 사용자는 “아예 중화권 서울을 만들려고 작심을 한 것”이냐면서 명동 한 복판에 대사관 최대 규모인 24층짜리 중국 대사관이 들어서는 걸 비판했습니다. 또 자신을 ‘블루 스카이’라고 밝힌 한 인터넷 사용자도 “이제 정말 한국이 중국에 편입되는 거냐”며 반중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반중감정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1889년 청나라의 위안스카이... 그러니까 원세개가 조선에 대한 내정간섭 기관을 설치하고 10년 동안 조선을 쥐고 흔들었던 곳이 바로 명동에 있는 중국대사관 옛터 자리입니다.
중국은 현재 한국과 경제적으로 중요한 교류 협력의 대상이지만 바로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은 중국이 한국 내에서 최대 규모의 대사관을 갖는 데 대한 반발 여론이 나오는 이유로 분석됐습니다. 중국 전문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박삽니다.
전병곤: 과거 역사에 중화질서를 구축하고 또 우리를 속국화 했던 그런 역사적 경험... 이런 것들이... 또 최근에 동북공정 문제도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겠고요. 이런 것들이 작용을 해서 반중감정이랄지... 이런 것들이 폭넓게 (국민들 생각에) 자리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또 중국의 티베트 독립 시위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서울시의 중국 대사관 신축 허용 결정이 나온 것은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중국에 대한 배려가 지나치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8월 하계 올림픽을 앞둔 중국의 인권탄압을 고려할 때 이번 대사관 신축 허용은 아쉬운 면이 있다는 게 중국 인권 운동가들의 한결같은 반응입니다. 조휘재씹니다.
조휘재: 특히 파룬궁을 박해한다든가, 티베트의 국민들을 박해한다든가... 이런 인권이 없는 나라가 남의 나라에 와서 아무리 치외법권도 좋지만 24층 높이로 (대사관을) 명동 한 복판에 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 지을 중국 대사관 건물 옥상은 중국식 지붕이 씌워지고 담장에도 중국식 기와를 올리는 등 중국풍으로 한껏 치장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티베트나 파룬궁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이 중단되지 않는 한 명동 한 복판에 새로 생길 중국 대사관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