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종전선언과 관련한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대해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에 중국이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주 평양에서 열린 가을철 국제상품전람회. 참가 외국기업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기업입니다. 이탈리아, 폴란드 등 16개 나라에서 온 150여 개 기업 가운데 중국기업은 70개가 넘습니다. 그만큼 북한에 대한 중국의 관심과 영향력은 다른 나라들에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중국 정부도 이런 사정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체제와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외교부의 류젠차오 대변인은 9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이 종전선언을 위한 3자회담에 포함될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은 동북아시아 정세와 평화 체제 문제에서 당연히 적극적인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류젠차오 대변인은 중국은 휴전협정의 당사자로서 한반도 종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데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이같은 강한 반응은 남북 정상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합의 뒤 나온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남한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들어간 3자라는 표현에 대해 남북한과 미국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배제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 해군 지휘 참모대학의 브루스 벡톨 교수입니다.
(Bechtol) It looked rather strange to me when I saw it.
"솔직히 3자라는 표현이 들어간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을 보고 다소 의아해 했습니다. 번역상의 실수인줄 알았습니다. 남북한이나 미국 어느 쪽도 한반도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에서 중국을 배제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위해 남북한 정상들과 함께 만날 수 있다는 의미에서 3자라는 말이 들어갔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벡톨 교수는 남북한과 미국만 따로 만나는 것은 현실성이 없으며, 오히려 3자라는 표현 때문에 불필요한 외교적 긴장이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이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조차 아직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의 돈 오버도퍼 교수입니다.
(Oberdorfer) It would take somebody taking real initiative to do it.
"종전선언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남북한이 주도할 수는 없고, 중국이나 미국이 나서야 하는데 현재까지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한 다음에 종전선언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는 한반도 정전체제를 끝내기에 앞서 북한의 비핵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북한이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하게 핵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종전선언이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올해 안에 종전선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남한 정부가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문제와 관련해 너무 앞서가지 않도록 미국이 제동을 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의 류 대변인도 한반도 평화체제에 앞서 비핵화가 먼저라며, 평화체제는 외교통로와 협상을 통해 점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