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26일 취임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가운데 이에 때맞춰 국제 인권단체들이 백악관 앞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종군위안부 생존자 이용수씨가 백악관 앞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 RFA VIDEO/최병석
Kumar: We are extremely pleased that we have one of the former comfort women with us today...
26일 미국 대통령 관저인 백악관 앞에 있는 라파엣 광장에선 한사코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본 아베 총리에게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시위가 열렸습니다. 워싱턴 정신대대책협의회와 미 의회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위한 워싱턴 범동포 대책위원회, 그리고 앰네스티 인터내셔날의 주관으로 100여명이 참가한 이 날 시위는 위안부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으로 시작됐습니다. 이용수 할머니는 15살에 일본군에 의해 한밤중에 끌려가 대만에서 성노예 생활을 했던 분입니다.
이용수: 지금 15년, 16년 서울 일본 대사관 앞에서 16년간 데모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본은 조금도 반성이 없습니다. 달라진 게 없고 할머니들이 연세가 많으니까 죽기만을 기다리는 게 일본입니다.
일본 정부에 대한 울분을 감추지 못한 이 할머니는 종군위안부 문제는 더 나아가 전 세계 여성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는 성폭력 근절과도 연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일본 아베 총리에게 다음과 같이 촉구했습니다.
이용수: 저는 성폭력을 제거하려면 일본이 반드시 위안부 문제에 공식적인 사죄하고 법적인 배상을 해야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세계적으로 성폭행의 뿌리를 뽑습니다. 저는 반드시 이 문제 해결을 해서 세계적으로 여성들이 맘 놓고 살 수 있도록 하렵니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서옥자 워싱턴정신대 대책협의회 회장도 아베 총리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서옥자: (We believe the Japanese government must clearly acknowledge its responsibility for war crimes against the comfort woman.)
"일본 정부는 종군위안부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인정해야 하며 종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합니다. 일본 정부차원의 배상과 잘못된 성명에 대한 정정, 역사 교과서에 쓰인 내용의 정정과 강제 동원 사실을 정부 차원에서 인정하고 사죄해야 합니다."
이 날 시위를 보러 나온 시민들도 일본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결같은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미국 유학생인 중국인 브루스 옌(Bruce Yen)씨는 ‘더 이상 종군위안부 문제 묵인은 용납 못해’, ‘일본 정부는 사죄하라’라는 대형 종이를 들고 1인 시위를 했습니다. 대만 출신 중국인인 옌씨는 일본 정부가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Yen: (The Japanese government has never officially apologized for the crime and massacre and the comfort women they did to the human beings...)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2차 대전 당시 저질렀던 인간에 대한 범죄, 대학살, 그리고 종군위안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참을 수 없으며, 일본 정부가 종군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했다는 사실을 끝까지 부인하는 점을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일본의 이런 발언은 당시 종군위안부들을 두 번 강간하는 셈입니다."
버지니아에 살고 있다는 한인교포 윤미량씨는 일본 종군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윤미량: 우리가 위안부 문제를 이대로 넘기게 되고 그러고서도 아무런 사과 없이 넘어가게 된다면 지난번에 유고슬라비아라든가 전 세계 전쟁터마다 여자들이 다 희생자가 된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인권의 문제이고 여성들 전체의 문제, 전 세계적인 문제라 생각을 합니다.
이날 일본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을 보여주듯, 백악관 앞 시위를 담기 위한 취재진들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특히 위안부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에 나섰을 때는 CNN등 100여명의 취재진이 집중적으로 취재하느라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한편, 국제 인권단체들은 2차대전 당시 20만에 이르는 일본인 종군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미 연방 의회에서 채택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워싱턴 위안부 대책위원회를 포함한 3개 연대는 아베 총리가 방문하는 26일엔 워싱턴 포스트 지에 종군위안부의 진실을 알리는 전면광고를 게재했습니다. 종군위안부 사죄 결의안 121호는 현재까지 미 연방의원 가운데 93명의 지지를 얻었다고 워싱턴 정신대 대책협의회의 서옥자 회장이 밝혔습니다.
워싱턴-김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