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랜토스 위원장, 위안부 결의안 공동 발의 전격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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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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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랜토스(Tom Lantos)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 - AFP PHOTO

미국 의회와 행정부, 민간 연구소를 중심으로 다뤄지고 있는 한반도와 관련된 주요 현안을 집중 조명해 보는 ‘워싱톤 시사진단’ 시간입니다. 오늘은 미국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 전체회의에 공식 상정될 2차대전 중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결의안의 통과전망과 그 의미에 대해 알아봅니다.

박정우 기자, ‘위안부 결의안’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갔다죠?

네, 그동안 일본 정부와 일부 의원들의 집요한 방해로 결의안 채택의 첫 관문인 상임위원회 토의 및 표결 일정을 잡지 못했던 하원 결의안 제121호(HR 121)가 드디어 26일 외교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됩니다. 톰 랜토스(Tom Lantos)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6일 미국 LA시내의 월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결의안 관련 기금모금 행사에 참석해 이를 전격 발표했습니다.

Lantos: I have schedule of discussion and vote in my committee on HR121 for June 26.

랜토스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때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랜토스 위원장은 그 동안 결의안 공동발의자(co-sponsor)로 참여하지 않았던 입장을 바꿔 공동발의자로 참여하기로 21일 결정했습니다.

결의안의 통과 전망은 어떤가요?

네, 이미 전체 435명인 연방 하원의원 중 143명이 이번 결의안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데다 의회 내 분위기도 결의안에 우호적이어서 상임위는 물론이고 본회의 통과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은 편입니다. 랜토스 위원장도 결의안 통과에 대해 낙관했습니다.

Lantos: (I'm very pleased to tell you that I predict it will pass by a very strong vote and once it does, it will be my responsibility to manage HR 121 on the floor of the United States of House of Representatives which I consider will be a privilege for me to do and I predict that it will pass by a very substantial margin.)

"저는 위안부 결의안이 하원 외교위원회를 손쉽게 통과할 것으로 믿습니다. 일단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결의안을 하원 본회의 표결에 회부하는 것은 제 책임입니다. 저는 결의안이 하원 본회의에서 매우 큰 표차로 통과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작년에는 하원 상임위원회는 통과했지만 하원 전체 본회의 표결까지 못가고 자동 폐기됐었죠?

그렇습니다. 당시 공화당 출신인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의 반대로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릅니다. 지난달 이미 100명의 공동 발의자가 나섰는데도 꿈쩍도 않던 랜토스 위원장이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은 낸시 펠로시(Nancy Pelosy) 하원의장과 사전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연방의회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신문인 더 힐(The Hill)은 20일 랜토스 위원장이 펠로시 하원의장의 지지 약속을 이미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의회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그 동안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막으려는 가장 큰 세력은 역시 일본 정부와 이를 지지하는 미국 의회내 일부 의원들이라고 하죠?

네. 일본정부는 지난 1월31일 일본계인 마이클 혼다(Michael Honda, 민주,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 2차 대전 당시 자행된 한국 및 동남아 각국 여성들에 대한 강제 성노예 제도에 대한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하자마자 거물 정치인 출신 로비스트를 총 동원해 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로비스트라는 말은 민간단체나 개인이나 국가가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정부관계자나 의회에 여러 가지 수단을 쓰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물론 로비활동은 특정 결의안을 반대하는 측과 지지하는 측이 모두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일본군위안부 결의안의 외교위원회 상정과 통과 추진까지 의회를 상대로 결의안 지지 로비 활동을 이끌어온 뉴욕뉴저지유권자센터 김동석 소장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김동석 소장: 굉장히 두려웠던 존재가 사실은 이노우에 (Daniel Inouye, 민주, 하와이) 상원의원이었습니다. 이분이 노골적으로 (결의안 추진을) '지금하면 안된다, 이거 하지 말라'는 서한을 하원 (외교위) 관계 의원들에게 보냈다는 것은 이미 밝혀졌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이 이노우에 상원의원이었지만 이게 하원 결의안이고 또 한 가지는 아무리 이노우에라는 거물 정치인이 영향력이 크다 하더라도 각 지역에서 지역주민들을 기반으로 해 활동하는 하원의원들은 지역 유권자들의 청원, 풀뿌리 운동의 입김을 당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위안부 결의안이 큰 추진력을 발휘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일단 결의안 통과를 지지하는 한인 단체들이 여론을 주도했고 또 최근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실린 위안부 관련 광고에서 보듯 일본 극우세력들의 반대가 오히려 자충수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동석 소장의 분석입니다.

김동석 소장: (결의안 추진과 관련한) 전선이 (인권을 옹호하는) 미국 시민의 입장과 워싱턴 내 일본 로비스트의 싸움이라는 구도로 만들어 낸 것이 (의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주효했다고 봅니다. 우리가 기선제압을 하지 않았습니까, 청문회를 통해서. 미국의 언론들이 여기에 주목하게 했고 미국의 주류 언론들과 일본의 극우 보수세력과의 충돌을 우리가 유도한 것이 전략적으로 기가 막히게 주효했다고 봅니다.

박 기자, 앞으로 위안부 결의안 처리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통상 상임위원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되면 이 결의안은 1주일에서 열흘 이내에 하원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집니다. 따라서 위안부 결의안이 26일 하원 외교위를 통과할 경우 이달 말 또는 7월 둘째주에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7월 첫째 주는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로 미국 연방 의회가 1주일간 휴회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실제 가장 최근인 지난 5월23일 하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한 결의안들도 열흘 이내에 하원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번 위안부 결의안 청원 과정에서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동포들의 정치적 잠재력이 점차 위력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네. 그동안 상대적으로 미약한 것으로 평가받아왔던 미주 한인동포들의 정치력이 이번 위안부 결의안 추진 과정에서 새롭게 조명 받고 있습니다. 그냥 이방인으로 소외된 소수민족에서 벗어나 당당히 자신들의 주장을 의회 등 정치권에 요구하고 이를 관철해내는 소중한 실적이 될 것 같습니다.

위안부 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한 뒤에는 상원에도 제출될 가능성은 없나요?

네. 연방 하원에서 압도적 표차로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된 뒤 그 여세를 몰아 이를 상원에서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하원 결의안 통과를 주도해온 뉴욕뉴저지유권자센터의 김동석 소장은 하원과는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한 상원에서의 결의안 통과는 지금 시점에서는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김 소장은 한반도 문제에 관한 상원의원들의 이해와 관심을 높일 의원들의 자발적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Korea Caucus)’를 상원에 안착시키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