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코로나 ‘우리식 방역’ 고수…“백신도입 난망”

워싱턴-김소영 kimso@rfa.org
2021.09.03
북, 코로나 ‘우리식 방역’ 고수…“백신도입 난망” 평양시 평천구역 인민병원에서 방역활동을 하는 모습.
/AP

앵커: 최근 중국산 코로나 19(코로나비루스) 백신(왁찐)을 거부한 북한이 ‘우리식 방역체계’로 대응하겠다고 나서면서 당분간 외부 지원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3일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날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방역강화에 필요한 물질∙기술적 수단을 충분히 갖추며 방역부문 일꾼들의 전문가적 자질과 역할을 높이고 우리 식의 방역체계를 더욱 완성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직 북한에 전혀 코로나 백신이 공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우리식 방역체계’를 앞세운 방역만 강화하면서 북한 주민들을 위한 외부 지원은 더욱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앞서 유엔아동기금(UNICEF) 발표에 따르면 북한이 코로나 백신 국제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COVAX)'로부터 배정받은 백신 중 중국산 시노백 백신을 다른 나라에 양보하겠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염병 대처에 대한 자체적인 자원과 능력이 부족한 북한이 백신을 지원받는 대신 방역만 강화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좋은 신호가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분석관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치료하기 위해 백신이 필요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위협받지 않는 한 백신 공급은 김 총비서에게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북한 주민들에게 코로나19 어려움에 대비하고, 최선을 다해 헤쳐 나가라는 메시지만 전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 분석관은 그러면서 북한 내 코로나 19가 아직 한계점에 도달한 것 같지 않다며, 북한 주민들의 필요와 상관없이 김 총비서는 현 시점에서 백신과 같은 외부 인도적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백신의 효능과 부작용을 우려해 백신 도입을 더욱 미룰 것이란 의견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재미한인의사협회 북한 담당 국장인 박기범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2일 통일부가 주최한 '2021 한반도 국제평화포럼'에서 북한이 백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코백스를 통해 백신 지원을 신청했으나 백신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해 알려지면서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백신 접종에 대해 충분히 안심하기 전까진 백신을 지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최근 북한의 시노백 백신 거부를 언급하면서 북한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화이자 백신의 경우 냉동보관, 운송이 더욱 까다롭기 때문에 북한의 콜드체인, 즉 저온유통체계 상황을 생각했을 때 실제 공급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의 백신 공급 지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박기범 교수: 북한에 대한 백신 공급이 지연되고, 백신 접종이 불충분하면 향후 발생하는 변이 바이러스에 더욱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더 빨리 백신을 접종하는 게 낫습니다.

한편 지난 7월 ‘북한 정세’를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중국산 백신은 효능에 대한 불신으로 도입을 주저하고 있으며, 러시아 백신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무상지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북한 측의 코로나19 백신 요청과 러시아의 백신 공급 의사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 문의에 3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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