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간부들의 부정부패는 체제를 지탱하는 필수 요소가 돼

0:00 / 0:00

최근 북한의 현직 관리를 포함한 일가족이 마약 밀매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됐다고 남한의 북한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가 1일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 북한 전문가들은 이미 북한에는 오래전부터 관리들을 비롯해 일반 주민들 까지도 부정부패가 널리 퍼져있다고 말했습니다.

nk_market-200.jpg
북한의 암시장에서 북한 군인들이 먹다남은 돼지뼈를 한 아이가 주워서 먹고 있다 - AFP PHOTO

‘데일리NK’는 북한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28일 함경북도 회령에서 현직 관리의 일가가 대규모 마약 밀매의 주모자로 검거됐다고 1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함경북도 국가안전보위부 요원 20여명은 서경희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 회령시위원장의 아파트에서 가택수색을 벌인 결과 마약 15kg과 미화 약 30만 달러, 인민폐 약 20만 위안을 발견했습니다.

서경희 여맹 회령시위원장의 남편과 딸도 이 과정에서 마약 조직의 주모자로 지목돼 함경북도 보위부에 구속됐습니다. 그러나 서경희 여맹위원장은 마약제조나 판매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언을 확보하지 못해 아직 구속 수감되지 않았습니다. 서경희 여맹위원장이 몸담고 있는 ‘조선민주여성동맹’ 즉, 여맹은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즉, 사로청과 함께 조선노동당을 떠받치는 핵심 조직입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현재 남한 내 북한연구소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승철 연구원은 조선민주여성동맹 위원장 직위는 높지 않지만, 그 지역에서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있을 것이라고 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말했습니다. 이어 김승철 연구원은 서경희 여맹위원장처럼 지위의 높낮이를 떠나 현직 관리가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일은 북한에서는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며 지극히 상식적인 일로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이미 북한에서 부패는 사회 체제를 지탱해 주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은 지 오래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승철 연구원: 북한의 권력시스템 자체가 주민들의 생필품과 식량 배급과 공급 체계가 지금 몽땅 붕괴되었잖아요. 그러면 개인들이 장사를 해야 하는데, 이를 국가에서 가만 놔두면 체제안보에 위험이 있으니까 어느 정도까지는 통제를 해 줘야 해요. 통제를 하다보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장사하는 사람들한테서 국가에서 안주는 것을 그들에게서 뺏어 먹어야 하거든요. 자기들에게 부여된 통제 권력을 갖고 장사꾼들 것을 빼앗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하급 간부부터 최고위층 간부까지 뇌물을 안 받는 사람은 없고. 안 받을 경우 구조상 그 자리에서 축출 당하게 돼있어요.

다시 말해 양심적인 간부는 그 사이에 존재하기 힘든거죠. 북한 체제의 통제 구조 자체가 뇌물을 받게 되어있고, 뇌물을 바치지 않으면 그 체제 내에서는 누구든지 하급간부 등 상급간부 등 상부에 뇌물을 바쳐야 하고, 밑에서 뇌물을 뺏어 먹어야 하고. 이런 게 북한 통제 체계의 필수 요소로 되어있죠. 부패구조 사슬 다시 말해 피라미드 구조 중에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이 먼저 죽게 돼있는 거잖아요. 그 먹이 사슬 자체가 북한 체제를 지탱해 주는 하나의 시스템의 필수 요소가 된 거죠.

이에 대해 러시아 출신의 북한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국민대 초빙 교수도 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부정부패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했습니다. 북한 간부들 중에 특히 지위가 낮은 하급 간부들은 월급만 받고 살 수 없어 살아남기 위해 뇌물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란코프 교수는 처음에는 생존을 위해 뇌물을 받기 시작한 사람도 나중에는 부자가 되기 위해 더 심각한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란코프 교수는 북한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사상이나 이념 교육을 시켜 바로잡을 수 있지만, 실제로 관료들 중에 주체사상을 믿는 사람은 별로 남아있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Lankov: 왜냐하면 누구나 볼 수 있듯 주체사상은 사실상 하지 못합니다. 북한만큼 잘 못사는 나라가 없습니다. 북한에서 특히 간부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을 알면 주체사상을 믿을 수 없습니다. 또 국가나 정부로부터 필요한 생활비가 나오지 않으니까 그들에겐 사실상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 믿을 만한 사상도 없고 먹을 것도 없어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란코프 교수는 또 하급 간부의 경우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담배나 작은 것들을 뇌물로 달라고 하지만, 고위급 간부들은 마약과 달러화를 밀거래 하는 등 대규모의 비합법적인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부정부패에 익숙한 북한 관리들의 습관은 향후 5-10년 후 설령 통일이 되어 경제 상황이 나아진다 해도 고칠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워싱턴-김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