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시대착오적 ‘통민봉관’ 전술

일본의 친북매체인 조선신보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북한 조문단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것에 대해 평양 시민들이 “참 잘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전성훈∙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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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이 서로 만나서 대화하고 협력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김기남 비서를 비롯한 대표단이 남한 대통령을 만난 것에 대한 북한 동포들의 긍정적인 반응도 바로 이런 민족적 염원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 있었던 현정은 회장의 방북과 북한 조문단의 남한 방문에는 중요한 절차적인 하자가 있습니다. 저는 그 원인이 다름 아닌 북한 정권의 통민봉관 전술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통민봉관이란 북한이 남한 당국을 배제한 채 민간 기업이나 시민단체만 상대하면서 남한 정부를 우회적으로 골탕 먹이는 전술을 말합니다. 북한 당국의 대화 제스처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순수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남한 내부를 분열시키면서 이익을 보겠다는 계산에서 비롯되었다는 뜻도 됩니다.

먼저 현회장의 방북을 보면, 가장 큰 문제는 현회장이 남한 정부와 사전협의도 없이 순전히 개인자격으로 북한 당국과 합의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개성‧백두산 관광, 개성공단 활성화 등 모든 합의사항이 남한 정부의 결심과 관리가 필요한 사안들입니다. 투자야 기업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사업에 참여하는 국민 개개인의 신변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남한 정부의 몫입니다.

특히 남한 국민이 금강산에서 무고하게 피격당하고 개성공단에서 무단 억류된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때에 관광 재개에 합의한 것은 무책임하기까지 합니다. 북한 땅에 머무는 남한 국민이 북한정권의 입맛에 따라서 또 다시 억류되고 희생되는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현회장과 북한의 합의는 유엔의 제재와 압박으로 돈에 쪼들린 북한이 남한 기업가를 이용해서 돈벌이가 되는 사업 보따리를 남한 정부에 던진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북한의 조문단 역시 남한 정부를 통해 조문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 측과 접촉했습니다. 남한 정부로서는 조문 오겠다는 사람을 막을 수 없어서 입국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들은 북한 정부의 대표단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갑자기 남한 당국자 누구와도 만나겠다고 얘기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가져왔으니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며 면담을 신청했던 것입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를 만나겠다는 것 치고는 참으로 염치없고 무례한 처사였습니다.

남한 정부로서는 이들의 면담요청을 거부할 수도 있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대통령 면담을 수용했습니다. 사설 조문단이 공식 방문단으로 둔갑하는 것을 허용한 셈입니다. 면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대규모 경제지원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현회장 방북이나 북한 조문단 방문을 통해서 우리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남한 정부의 일관된 대북정책과 유엔의 일치된 대북제재가 북한정권으로 하여금 더 이상 남북대화를 거부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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