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입국 탈북자, 도서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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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따뜻한 남쪽나라”, “그러나 이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북한을 탈출해 현재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이 쓴 책의 제목들입니다. 23일 유엔(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을 맞아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이 도서전시회를 가졌습니다. 전시회 현장을 서울에서 이진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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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예인협회 회장 정수반 - RFA PHOTO/이진서

따뜻한 남쪽나라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김만철씨는 지난 1987년 남한에 와서 책을 냈습니다.

김만철: 20년이란 것은 금방 갔어요. 잘 한일도 없이...

올해 72살된 탈북자 함기식씨도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 자신이 호주머니를 털어서 ‘자유의 품을 찾아서’라는 책을 냈다고 말합니다.

함기식: 우리 자식들이 할아버지가 어떻게 고생을 하며 살아왔는가? 너희들도 앞으로 살아가며 명심해라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다 그러니 어떤 고통과 난관이 있어도 한번 자기가 마음먹은 것은 끝까지 자기 손으로 개척하는 생활습성을 가지라는 것. 할아버지 길지 않은 인생이나마 할아버지가 겪은 인생행로를 꼭 참작해서 살아가라는 뜻에서 책을 썼습니다.

유엔이 정한 ‘세계책의 날’과 남한입국 탈북자 만 명 시대를 기념해 탈북자문인협회는 통일인 도서전시회를 열었습니다.

탈북자 정수반씨는 남한에 입국하는 탈북자들의 수가 늘면서 글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탈북자도 많아졌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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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인도서전시회에 전시된 책들 - RFA PHOTO/이진서

정수반: 탈북자들을 만나서 도서를 모으는 과정에 소개를 받아 받기 시작한 것이 자꾸 늘어나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탈북자 단체장을 만날 때 마다 꾸준히 2년 동안 수집한 것이 143권이 나왔습니다. 그중에서 순수 탈북자가 쓴 것이 120권 나머지 23권은 탈북자 증언에 기초해 남한 분들이 쓴 겁니다.

회장을 맡고 있는 정수반씨는 탈북자중에서는 자신이 제일 많은 책을 집필했다고 자랑합니다. 전 북한 노동당 비서였던 황장엽씨도 12권을 출판했지만 자신은 주간지등에 연재를 하고 연재가 끝나면 그 글을 모아 책으로 낸다며 그 수가 벌써 15권이나 됐다고 말합니다.

탈북자들은 책을 통해서 북한의 현실을 널리 알리고자 하지만 때로는 남한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면서 정씨는 안타까워합니다.

정수반: 탈북자 개개인은, 자기 인생은 정말 보통 남한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든 처절한 과정이기 때문에 자기 인생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나한 사람들은 통일도 아직 멀었다고 보고 있고요.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이 아직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책을 쓰는 분들은 애절한 마음으로 자기 삶을 통해서 북한의 제도와 비인간적인 사회를 알리고 싶어서 책을 썼는데 독자들은 그것이 아니거든요.

정수반씨의 말처럼 탈북자전시회에 선보인 책의 대부분은 탈북자 수기였습니다.

정수반: 지금 우리가 전시한 도서 중에서 한 70권이 순수 수기입니다. 북한생활부터 남한에 도착할 때까지를 쓴겁니다. 그리고 나머지 20권 정도가 림일씨 경우처럼 남북한을 비교하면서 서로 남한 사람도 북한을 알기 쉽게 하고 북한 사람들도 남한을 편하게 알기 쉽게 하고요. 그리고 황장엽씨 경우 정치 논문을 12권을 쓰셨고요. 그런데 어떤 장류를 선택하든 지금은 책일 팔리지 않습니다.

서울 여성플라자, 서울여성회관에서 열린 탈북자 도서전시회에는 남한 사람들의 발길도 드문드문 이어졌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환갑을 넘었다는 한 남한 여성은 남한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탈북자들이 쓴 책이 백 여 권이 전시된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습니다.

남한여성: 글쎄 저는 이 책을 보고 깜작 놀랐죠. 이런 책들이 현재 우리나라에는 없지 않나 생각을 했는데...책을 보니까 읽어 보고 싶은 책도 있고... 저는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문제에 관심이 있어요. 이것을 여성플라자에만 전시하지 말고 사회 큰 곳에 전시를 해서...

남한생활 5년차가 되는 탈북자 트럭 운전사 이철수씨는 쉬는 날을 동료직원과 바꿔가며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이철수씨는 자신도 언젠가는 북한에서의 생활과 남한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을 한권의 책으로 출판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동료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었지만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해 못내 아쉬워했습니다.

이철수: 글쎄 나는 오면서 상상을 많이 하고 왔습니다. 책은 얼마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와보니 많아서 놀랐고 같은 새터민으로서 사람들이 없는 것이 마음이 좋지 않네요. 다 와서 남한생활 적응에 대해서 의견도 나누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았겠는데 그런게 섭섭한 감이 듭니다.

탈북자 도서 전시회를 준비한 정수반씨는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이 지역사회 일원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해줄 때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은 스스로 이 사회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수반: 봐주지 않으면서 보거든요. 우리가 콩나물 물을 주면 물이 밑으로 다 떨어집니다. 그러는데 콩나물은 그 흘러가는 물을 먹고 크거든요.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 탈북자들도 한국 사람이 인정해 주지 않아도 열심히 뭔가 열심히 사는 모습 그리고 이런 도서 전시회나, 좌담회 등의 행사를 열어서 콩나물이 크는 것처럼 조금씩 자라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

서울-이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