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전수일 chuns@rfa.org
남한에 온 탈북 청소년들의 학업에 가장 큰 걸림돌은 영어입니다. 대부분 북한에서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청년들은 주말을 이용해 영어 보충 공부에 안간 힘을 쏟고 있습니다.

"My grace is sufficient for you, for my power is made perfect in weakness. Therefore I will boast all the more about my weaknesses, so that Christ's power may rest on me."
서울 감리교 신학대학교 대학원의 한 교실 안입니다. 남한 대학생들은 늦잠을 잘 만한 주말 아침 시간에 탈북 남녀 학생들 10명이 영어 강사 최서경씨를 따라 기독교 성경구절을 따라 읽고 있습니다. 최씨의 유창한 발음과 같을 수는 없지만 학생들은 잘 안 꼬부라지는 혀를 돌리면서 열심히 따라합니다.
"Christ. in insults, in hardships, in persecutions, in difficulties. for when I am weak, then I am strong."
이들은 대부분 기독교를 믿고 있는 대학생들로 탈북청년크리스천연합 회원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영어 교과서가 아닌 영어 성경과 찬송 가사를 교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앙인으로 성경 공부도 하면서 영어도 배우는 일석이조를 얻기 위한 것입니다.
최서경: 영어를 그냥 배우는 것도 좋지만 성경을 통해 영어를 배우는 것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하느님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되고. 저는 아직 교회는 안 나가지만 이런 성경공부를 통해서 더 많이 알게 될 것 같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한 여대생입니다.
(기자: 영어는 얼마나 배웠나?) 북한에 있을 때는 로어[러시아 어]를 배웠다. 그래서 영어를 거의 접해 본 상황이 아니었다. 여기 와서 기본적으로 배우게 된 것이 네 달 전 7월부터였다. (기자: abc부터 배웠나?) abc 같은 자모는 수학 배울 때 알았고 그 자모이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지금은 자모부터 시작해서 토익(TOEIC) 공부를 하고 있다. (기자: 영어 배우기 어렵지 않나?) 어렵지만 재미있는 것 같다.
이날 영어공부 지문은 열 문장 정도밖에 안 되는 성경구절입니다. 하지만 낱말 하나하나를 미국식 영어발음과 강세에 맞춰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남한 중학생 수준의 문법과 단어도 영어에 익숙지 않은 탈북학생들에게는 만만치 않습니다.
최서경: (Therefore, in order to keep me from becoming conceited, I was given a thorn in my flesh, a messenger of Satan, to torment me.) 문장 참 기네요. 쉼표에서 따끊어 읽으세요. 하나하나 보겠습니다. Therefore, 접속사 나왔습니다. Therefore는 어떤 접속사일까요. 해석하자면 한국말로는 ‘그러므로’. 그럼 앞뒤 문장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탈북학생] 결론을...
노래영어는 찬송으로도 배웁니다.
최서경: Let the weak say, "I am strong." Let the poor say, "I am strong." Let the blind say, "I can see." It's what the Lord has done in me.
기타반주에 맞춰 부르는 영어가사라서인지 발음이 더 부드럽습니다. 북한 대학 졸업을 인정받아 서울에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한 학생은 종교단체나 사회복지단체에서 제공하고 있는 이 같은 영어 교습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합니다.
학생: 선생님들의 열의도 좋고 한데, 자원봉사 교사가 자꾸 바뀌다 보니 강의 진도가 다르게 되고, 그런데서 혼란도 있고. 아무래도 자원교사가 배워준다고 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자극을 못 받아서 그런지. 여하튼 [탈북청년들이] 다니기만 하면 영어를 배우는 줄 생각해 다니는 모양이다. 거기서도 오랫동안 다니고는 있는데 실력은 늘지 않고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법과전문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는 이 학생은 영어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새해부터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둘 예정이라고 합니다. 캐나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잠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최서경 강사에게 이 영어공부 모임에 나오는 학생들의 영어실력 수준과 열의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최서경: 여느 남한 학생들보다는 아무래도 기초가 약하긴 하다. 근데 의욕은 되게 앞선다. 왜냐면 취업과 많이 연계가 되고 또 대학에서 요구를 하니까 [영어공부를]원하는 것이지 좀 더 크게 보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