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진서
서울의 국립의료원에서 기자는 북한에서 초기 간암 선고를 받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아들과 함께 북한을 탈출해 서울에 온 함경북도 출신의 여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탈북여성: 피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온 것을 보더니 너희는 다됐다, 병이 이러니까 망했다고 하는 겁니다. 그냥 집으로 가서 잘 먹으라고 했어요. 집으로 오면서 우리도 실망했잖아요. 병이 이러니까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집으로 왔다가 (남한)동생에게 전화상으로 결과를 알려줬어요. 알려주니까 막내 동생 보낸 것만도 가슴 아픈데 어떻게 언니까지 보낼 수가 있는가 하면서 오라고, 남한에는 시설이 좋고 의술이 좋으니까 빨리 오라고...

김영순씨는 북한에서는 간질환과 같이 쉽게 치료가 안 되고, 장기 요양과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야 되는 병에 걸리면 죽고 만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있던 막내 여동생은 간경화로 인해 배에 물이 차서 26살에 그만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습니다.
김영순씨는 4년 전 북한에서 아이를 유산시키기 위해 한 행동은 열악한 북한의 의료 환경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김영순씨는 유산을 하기 위해 수술을 한 것이 아니라 자기 맘대로 약을 먹었습니다. 북한에서는 남한과 달리 소파 수술 때 마취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한차례 수술 경험이 있는 김씨는 그 고통이 너무 두려웠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순: 약을 먹었어요. 애가 둘이 있는데 또 낳아서 뭐해요. 정통편 하고 회충약을 섞어서 80알을 먹었습니다. 한꺼번에 먹었어요. 정말 그때는 죽는 줄 알았어요.
애를 지우기 위해 하는 소파 수술은 엄두를 낼 수가 없어서 결국 손에 댄 것이 중국제 감기약과 회충약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몇 번에 걸쳐 약을 삼켰습니다. 이것은 김영순씨의 간을 상하게해 간암을 가져왔습니다.
남쪽에서 김영순씨는 현재 감암 수술이 잘돼 회복실 병동에서 한 달째 생활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만 달러 이상 되는 치료비 걱정 때문에 잠도 오지 않았지만 탈북자는 국립의료원에서 돈 한 푼 안내고 치료 받을 수 있다는 병원 측의 설명을 듣고 이제는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게 됐습니다.
김영순: 어떻게 하면 내가 잘살겠는가? 아들을 어떻게 키워서 대학을 보내겠는가 하는 그 생각만 합니다. 암도 본인의 의지가 기본이라고 선생님들이 말하니까 내가 이긴다. 아들하고 살자고 왔으니까 아들을 내 힘으로 키운다는 생각으로 나가면 어떤 일을 찾아야 하겠는가 계속 그 생각뿐입니다.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은 이렇게 큰 병이 아니어도 가족과 헤어지는 아픔 그리고 중국과 제3국에서 불법 신분으로 쫓겨 다니는 생활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후유증을 앓게 된다고 국립의료원 외과 과장인 김종흥 박사는 설명했습니다.
김종흥: 대개는 여러 가지 고생도 하고 해서 아무래도 정신과 적으로 불안한 그런 증세는 가지고 있습니다. 불안하고 두통이 있고 소화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탈북자들은 남한사람들 보다 더 많은 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지만 병원 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국립의료원은 탈북자들이 우려하는 병원비와 병원 체계가 달라 경험하게 되는 불편함 등을 해소하고자 최근 병원 내에 탈북자 진료 센타라는 방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서상금씨의 말입니다.
서상금: 간이 나빠서 오는 사람이 많고요. 폐가 나쁜 사람 또 여성분들은 대부분 머리가 아프다고 말을 합니다. 남성분들은 정형외과 쪽으로 무릎이 안 좋다거나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원 기간에 국립의료원에 가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교육을 시켜서 찾아오는 게고 혹시 모르는 사람들은 소문을 듣고 오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남한 정부는 남한입국 탈북자들을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로 분류해 거의 대부분의 의료비를 국가에서 지불해 주고 있습니다. 최근 조사결과 남한에 들어오는 탈북자들은 남한에 결핵환자보다 감염비율이 30배 이상 높아 심각한 수준의 질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 됐고 병의 관리가 되지 않아 남한 생활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이번에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국립의료원 내의 탈북자 진료센타가 앞으로 다른 일선 병원에서도 도입돼서 탈북자들의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길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