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 오늘 스승의 날인데 학생들한테 선물 받으셨나요?
박
: 예, 아침에 학교에 왔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조금씩 용돈을 모아 이렇게 아름다운 꽃도 가져오고 편지도 주고 그랬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일반 학교에 간 학생도 조금 전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아주 흐뭇한 날입니다.
양
: ‘셋넷학교’를 먼저 소개해주신다면?
박
: 2004년 9월 개교했습니다. 탈북자 정착지원 시설인 하나원에 안에 하나둘학교가 있는데 하나둘학교를 마치고 가는 학교라는 의미로 ‘셋넷학교’로 학교 이름을 지었습니다. 우리 학교의 교훈은 ‘뚜벅뚜벅 당당하게, 사뿐사뿐 유연하게’입니다. 먼저 아이들이 낯선 남한 땅에서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삶을 개척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고 또 새롭게 만난 남한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슬기로운 삶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학생 수는 20명이 좀 넘고 졸업생 수는 36명 정도 됩니다. 대부분 지금 대학에 진학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양
: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을 꼽는다면?
박
: 남한 사회를 흔히 정보화 사회라고 하는데 탈북 청소년들은 고향을 떠나오고 남한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어 당황하고 두렵게 이 사회에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가 여러 가지 관련된 교육을 하지만 아이들이 짧은 시간에 정보화 사회 속에서 섞여서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양
: 탈북 청소년들이 남한 학생들과 섞여 일반 학교에 다니다가 잘 적응하지 못하는 때도 많죠?
박
: 일반 학교에 다니다가 우리 학교에 오는 일도 있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은 대부분 나이가 또래 아이보다 많은 상태에서 공부하는데 그때 남한 학생들이 대우를 제대로 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기초가 부족하니까 나이가 한참 어린 학생들보다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견디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는 사례가 많습니다.
양
: 그런 탈북 청소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십니까?
박
: 너희는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해 오래 살아야 하기 때문에 서두르지 말라고 말해줍니다. 너희가 남한 사회에서 혼란스러운 점은 단점이 아니라 단지 다른 데서 살아온 차이에서 생겨나는 현상이니까 그런 차이를 차분히 이해하면서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기서 천천히 가르치고 있습니다.
양
: ‘셋넷학교’가 가진 특별한 교과 과정이 있습니까?
박
: 탈북 청소년들이 알아야 할 공부는 다 가르치고 있습니다. 초등, 중등, 고등 과정이 모두 있습니다. 대부분 20대 초반에서 중반의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고 중등, 고등 과정이 각각 1년씩입니다. 1년의 교과 과정을 4개의 큰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기초 과목으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을 공부하고 있고 둘째는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고 힘겨운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그것을 치유하는 문화예술 교육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는 이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통합 과목입니다. 예를 들면 ‘사랑과 결혼’, ‘경제와 나’ 이런 과목들은 제도권 학교에는 없는 수업입니다. 그러나 20대 초반인 아이들이 이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과목입니다. 마지막은 현장 체험 학습을 많이 합니다. 그 이유는 탈북 청소년들에게는 교실에 있거나 교과서를 통해서만은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일주일, 또 열흘씩 현장에 캠프도 가고 그럽니다.
양
: ‘사랑과 결혼’이라는 과목이 흥미로운데요. 어떤 내용을 가르쳐주십니까?
박
: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 사회에서는 모든 인민이 평등하다, 남녀도 평등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아이들을 보니까 불평등을 넘어서서 완전 ‘남존여비’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가부장적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에서 이런 식으로 만들어 놓지 않았나 하지만 저희 사회에서는 말도 안 되는 모습이고요. 그래서 그건 잘못된 문화라는 시각을 알려주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정성을 들여야 사랑이 이뤄지고 결혼도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례를 가르치는 과목입니다.
양
: 앞으로 ‘셋넷학교’의 발전 방향이나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박
: 지금 ‘셋넷학교’는 탈북 아이들만 가르치는 반쪽 학교입니다. 또래 남한 아이들하고 같이 공부할 수 있는 학교가 되어야 건강한 학교라고 봅니다. 탈북 학생들이 남한 아이들과 직장도 함께 다니고 데이트도 하고 이런 여러 가지 더불어 사는 통일된 시대를 살아가야 합니다. 아이들하고 협의하고 있는데 앞으로 ‘셋넷학교’에서 남한 학생들도 같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당면한 가장 중요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작년부터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취업을 하려는 탈북 청소년들을 위해 진로를 상담해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진로 때문에 방황하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지원을 해줄 수 있습니다.
서울통신, 오늘은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셋넷학교’의 박상영 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진행에 양성원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