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북한을 탈출해 2002년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김성주(가명) 씨는 지난 2월, 남한 국회의사당 앞에서 몸에 휘발유를 뿌린 채 분신을 시도했습니다. 그는 탈북자에 대한 남한정부의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기 위해 당시 소동을 벌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분신 소동을 벌였던 올해 41살인 탈북자 김성주 씨는 지난 1997년 북한을 탈출해 2002년 아들과 함께 남한에 입국했습니다. 2004년 말 현재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대략 6천여 명으로 추산되지만 많은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적응 기관인 하나원을 졸업한 뒤 남한 정부와 사회의 지원에 힘입어 희망찬 삶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김 씨처럼 분신을 통해 자신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는 극히 드문 일입니다.
김 씨는 남한에 정착한 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일용직을 전전하며 남한정부가 지급하는 기초 생활비로 생활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다 그는 지난해 승용차를 구입했다는 이유로 월 63만원, 미화로 약 650달러씩 지급돼 오던 기초 생활비와 각급 병원에서 무료 진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의료 급여까지 중단되자 막막함을 느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김성주: 남한에 와서 2년 전에 간 경화 진단을 받았어요. 간경화 때문에 병원에서는 휴식을 취하라고 하고.. 그래서 제가 2003년에 출 퇴근 용으로 차를 구입했거든요. 4시간 걸리는 직장이 차를 타면 20분밖에 안 걸립니다. 그래서 제가 차를 구입을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차 있다고 금년부터 의료보험도 다 잘리고 기초 생활비로 일전 한 푼 안주니 이해가 안 되거든요. 정착하는데 필요한 수단이 교통수단이 될 수도 있는데 왜 발목을 잡는지.
남한 정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탈북자들을 5년 동안 기초 생활 수급 대상자로 분류돼 생계비를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남한 정부의 바뀐 정책에 따라 생계비가 축소되거나 중단되면서 일부 탈북자들이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는 당시 자신의 분신 소동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탈북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정부에 알리기 위한 항의 표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성주: 왜 제가 국회 의사당에서 항거의 메시지를 보냈냐면 이게 어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전 탈북자들이 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정규직에 종사하는 사람은 불과 5%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이나 일용직에 근무하고 있는데, 최근에 탈북자들이 급증한다는 이유와 탈북자들의 정착금을 노리고 기획입국을 한다는 것을 정부가 우려한다는 차원에서 1년만 지나면 일 안하는 사람에 대해서 기초 수급을 다 자른 거예요. 그래서 그 항거의 표시로 주변의 탈북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항거의 메시지를 한번 던져야 되겠다, 이 문제만은 정부에 대답을 받아내야 되겠다, 그렇게 진행된 행동입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무료 의료 급여 혜택은 탈북자들에게는 필수적인 보호 대책이라면서,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장기 체류하면서 갖가지 정신적 신체적인 질병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탈북자들은 대부분 직업이 없거나 취업을 했다고 해도 직장 의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일용직 등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탈북자들에 대한 의료 급여만큼은 끊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남한정부는 올 1월 1일부터 탈북자들의 남한 적응 능력을 높이고 탈북자들의 정착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브로커들의 횡포를 막기 위한 차원에서 기존의 탈북자 정책을 대폭 개선했습니다. 새로 바뀐 탈북자 정책에 따르면, 우선 지난해까지 약 3000만원, 미화 3만 달러 정도였던 정착 지원금을 1000만원, 약 1만 달러로 크게 줄였습니다. 대신 취업 장려금을 마련해 탈북자들의 자립을 키워주기로 했습니다.
남한정부는 탈북자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따라서 자립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현금 지원 보다 현물과 취업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이 탈북자 정착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탈북자 수용 정책을 변경하게 된 이유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탈북자 김성주 씨는 반세기 이상을 다른 체제에 살았던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서 취업을 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적어도 수년간의 시간이 필요하며 그 기간 동안 정부 차원에서의 꾸준한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