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원자로 자체 손상시키는 불능화 수용 안할 것”

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미국과 중국, 러시아 대표단이 구체적으로 북한을 방문해 어떤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지 김연호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세 나라 대표단이 11일부터 북한을 방문해서, 핵시설 불능화 문제를 북측과 협의하지 않습니까? 먼저 핵시설 불능화에 대해서 알아보죠.

말 그대로 핵시설이 돌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건데요. 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하기 전 단계를 말합니다. 미국은 북한 핵시설을 다시 가동하기 매우 어려운 상태로 만들자는 입장입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요,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말을 들어보시죠.

Hill: There are many different ways you can disable a nuclear facility.

힐 차관보의 말은 원자로에 구멍을 뚫을 수 있고, 시멘트를 채워 넣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겁니다. 이밖에도 원자로 제어봉의 구동장치를 빼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불능화 대신에 ‘무력화’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요, 핵시설을 다시 가동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쪽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핵시설 불능화는 어떤 식으로 합의가 이뤄질 전망입니까?

핵시설을 얼마나 오랫동안 못쓰게 만들 것이냐가 관건인데요, 미국과 북한이 의견접근을 보았다는 징후는 아직 없습니다. 미국 에너지부 소속으로 지난 95년과 96년 영변 핵시설 현장 감시를 맡았던 미국 전략국제연구소의 존 울프스탈 선임연구원입니다.

Wolfsthal: By far the most effective in terms of preventing the restarting of the reactor would be to damage the reactor itself.

울프스탈 연구원의 말은 원자로 자체를 손상시키는 방법이 원자로의 재가동을 막는데 가장 좋다는 겁니다. 힐 차관보가 말했듯이 원자로에 구멍을 뚫거나 시멘트를 붓는 게 그런 방법인데요, 이건 원자로를 영구적으로 못쓰게 만드는 방법이라 북한이 결코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울프스탈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대신에 원자로 제어장치에 손상을 입히는 정도가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일만한 방법이라는 겁니다. 문제는 아직까지 영변 원자로를 직접 눈으로 본 외부인사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러시아 대표단이 이번에 영변을 방문하면 기술적으로 합의가 가능한 방법이 나오지 않겠냐는 전망입니다.

북한이 지난 90년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핵시설의 가동을 중단한 적은 있지만, 불능화까지 간적은 없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지난 94년 북미 기본합의가 타결된 후 북한은 핵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받아들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북한의 비밀 고농축 우라늄 문제가 불거지면서 북미 기본합의가 깨지고 말았고, 결국 북한은 핵시설을 재가동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5년 9월과 금년 2월의 6자회담 합의를 바탕으로 북한이 지난달 핵시설을 가동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그 대가로 남한으로부터 중유 5만톤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핵시설 불능화가 이뤄질 차례인데요, 북한은 그 대가로 중유 95만톤 상당의 경제, 에너지 혹은 인도적 지원을 받기로 돼 있습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하면, 핵시설 불능화로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되는 건데, 북한이 이런 조치를 받아들인 배경은 무엇입니까?

북한은 이달초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에서 올해 말까지 핵시설을 불능화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 일정에 맞추려면 핵전문가들이 북한의 핵시설을 직접 둘러볼 필요가 있고, 가능한 한 빨리 가보는 게 좋다는 게 미국 국무부의 설명입니다.

이런 움직임에 맞춰서 북한은 미국 국무부가 지정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고, 미국의 적성국 교역법 적용에서도 벗어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제네바 북미 실무그룹 회의 직후 북한은 미국이 이같은 조치를 약속했다고 주장했는데요, 반면 미국은 북한을 언제 어떻게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