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북한의 핵시설이 폐쇄됨에 따라 6자회담 2.13합의는 이제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 단계로 접어들게 됐지만 아직 불능화에 대한 정확한 개념은 정의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국제안보협력센타(CISAC)의 강정민 연구원은 북한 핵시설을 불능화시키는 과정에서 미국은 북한의 과거 핵물질 생산량을 검증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불능화, 영어로는 disablement 라고 하는데요. 어떤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네, 일단 남한과 미국 등은 일반적으로 핵시설 불능화를 핵시설 폐기 직전의 단계로 핵물질 생산 장비, 즉, 원자로나 재처리 시설 등의 기능을 회복 불능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측은 ‘불능화’라는 말 대신 ‘무력화’라는 용어를 쓰면서 황소를 거세하는 것으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불능화’와 ‘무력화’가 같은 의미라고 말했지만 일반적으로 북한은 미국 측보다는 불능화 후에도 핵시설을 다시 가동하기가 보다 쉬운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그런데 미국 측 입장은 북한 핵시설을 불능화시키는 과정에서 과거 북한의 핵물질 생산량을 검증하길 원한다는 지적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의 국제안보협력센타의 핵 전문가인 강정민 박사는 미국 에너지부 문서를 인용해 그런 지적을 내놓았습니다. 직접 강 박사의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강정민: 북핵시설 불능화에 대한 미국 측 관점은 북한 핵시설에서 과거 플루토늄, 핵물질 생산을 얼마나 했는지 알 수 있도록 상태를 보전하면서 그러면서도 재가동이 안되게끔, 즉 재가동 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물리적 조치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영변 원자로를 불능화 시킨다고 할 때 콘크리트를 넣는다든지 많은 손상을 주게 되면 과거 핵물질 생산 이력을 추정할 수 있는 시료를 채취하기가 힘들어지는데 그렇게 까지는 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과거 생산한 핵물질에 대한 정확한 신고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 신고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현 북한 핵시설을 불능화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미국 에너지부의 관련 문서는 지난 3월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도 보도한 적이 있었는데요. 미국 에너지부의 입장은 북한이 보유한 무기급 플루토늄의 양을 50킬로그램 정도로 추정하고 있는데 북한의 관련 신고 내용의 진위를 검증하는 한편 원자로에 있는 증거를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미국 에너지부는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는 북한의 핵물질 생산 이력을 조사하고 검증하는 것과 함께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적어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영변 핵시설의 구체적인 불능화 방법은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우선 원자로의 경우 원자로 노심 안에 제어봉을 집어넣는 방법이 있구요. 또 관련 냉각시스템을 불능화시키는 방법 등도 있습니다. 잠시 강정민 박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강정민: 원자로의 경우 핵분열 연쇄 반응을 조절하는 제어봉을 집어넣은 상태로 만드는 불능화가 있습니다. 재처리 시설 같은 경우 핵연료봉을 절단하고 질산에 녹이는 과정을 거치는 데 이러한 재처리 초기 단계 관련 시설을 못쓰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번 6자회담 2.13 합의로 폐쇄된 후 불능화 될 북한의 핵시설은 주로 영변 핵시설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다른 곳의 관련 시설들도 있지 않겠습니까?
우선 국제원자력기구가 폐쇄를 확인한 북한 핵시설은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와 핵재처리 시설, 또 핵연료 공장입니다. 그리고 완성되지 않은 50메가와트 원자로와 200메가와트 원자로 등 모두 5곳인데요. 강정민 박사는 이러한 것들 말고도 북한이 신고해야 할 핵시설이 여러 개 더 있어 그런 시설들까지 최종적으로 모두 폐쇄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박사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죠.
강정민: 50메가와트 원자로의 핵심부품인 원자로 용기, 또 흑연감속재 등은 영변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들고 있는데 그런 것들은 어떻게 신고하고 불능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 밖에도 강 박사는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와 우라늄 전환시설 등 우라늄 농축 관련 시설도 불능화, 또 폐쇄 대상으로 지적했습니다. 또 영변에 위치하고 있지 않을 핵무기나 핵장치 관련 제조시설, 또 길주 부근 말고 또 다른 북한의 핵실험장 등도 모두 폐쇄되어야 한다는 것이 강 박사의 주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