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연호 kimy@rfa.org
이 시간에는 미국의 유수한 민간외교단체인 외교협회(CFR)의 개리 새모어 (Gary Samore) 부회장으로부터 미국과 북한의 관계정상화 전망에 대해 들어봅니다. 새모어 부회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뜻이 있다면 미국도 북한과 완전한 관계정상화를 이룰 준비가 돼 있지만, 이른바 핵 억지력을 주장하는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분석합니다. 새모어 부회장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북한과 핵문제를 협상했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확산 담당 국장을 지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새모어 부회장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최근에 미국과 북한간의 관계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북한은 올해 안에 핵시설을 불능화하기로 약속했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핵 전문가들을 영변으로 초청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Gary Samore: N. Korea may have decided that it has a real opportunity now in the last year or two of the Bush administration to move US-N. Korean relations forward.
부시 미국 행정부의 임기가 1-2년 정도 남았는데요, 이 기간 동안 미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킬 좋은 기회가 왔다고 북한이 판단했을 겁니다. 다음 미국 행정부와 관계를 진전시킬 토대를 만들겠다는 거죠. 미국과의 관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공화당 정부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를 북한이 많이 들은 걸로 압니다. 북한과의 관계에 비판적인 공화당 정부와 관계를 터놓아야 다음 정부에서 누가 정권을 잡든 일이 편해진다는 거죠. 따라서 북한은 지금 정치적 기회를 잡은 것이고, 부시 행정부도 북한 핵문제에서 진전을 이룰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핵문제 해결을 위해 어느 만큼 성의를 보일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Gary Samore: Both Ambassador Hill and the N. Koreans have announced that the North is willing to disable their nuclear facility by the end of this year.
이달초 북미 실무그룹회의에서 미국과 북한 양측은 북한이 올해말까지 핵시설을 불능화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에 관한 제안을 내놓았고, 이 제안의 기술적 타당성을 알아보기 위해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의 전문가들이 북한을 방문하게 된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북한이 취하려는 불능화 조치들이 핵시설을 쉽게 재가동 못할 정도인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불확실한 것은 북한이 어느 정도까지 핵 프로그램을 신고할지 여부입니다. 제네바 북미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한은 핵프로그램을 신고하겠다고 밝혔지만, 비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그동안 생산한 플루토늄에 대해 무엇을 공개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핵시설 불능화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 구상들이 언론에 보도돼지 않았습니까. 미국과 북한이 합의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법은 어떤 것일까요?
Gary Samore: Certainly the US would like to see measures that would essentially destroy the reactor and would be impossible to reverse.
미국은 분명 영변 원자로를 파괴해서 다시는 못쓰게 만드는 방법을 원할 겁니다. 예를 들어 원자로의 노심에 시멘트를 부어넣는다거나 노심 주변에 구멍을 뚫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방법을 쓰면 다시 원자로를 가동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반면에 북한은 원자로를 재가동할 수 있는 방법을 원하겠죠. 예를 들어 제어장치의 일부를 제거해서 나중에 원자로를 재가동하려고 할 때 큰 어려움이 없게 하고 싶어할 겁니다. 따라서 불능화 방법의 구체적인 내용이 중요한데요, 북한의 제안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북측이 얼마나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보였는지 알 수 없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말까지 북한 핵문제가 풀릴 수 있다, 자신은 이미 결단을 내렸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어느 정도까지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Gary Samore: I think if the North is actually willing to give up its nuclear weapons, then the US will be prepared to go full normalization.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포기할 뜻이 있다면 미국도 북한과 완전한 관계정상화를 이룰 준비가 돼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대북 경제제재도 완전히 거둘 수 있고, 그밖에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로 결정만 한다면, 부시 행정부 임기 말까지 이런 정치 경제적 조치를 취할 시간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라는 이른바 ‘핵 억지력’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핵시설 불능화까지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어차피 영변 핵시설은 오래돼서 큰 가치가 없습니다. 핵 프로그램 신고도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까지 신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생산한 플루토늄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90년대말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도 미국과 북한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결국 성사되지는 않았는데요, 어떤 어려움이 있었던 겁니까?
Gary Samore: The experience in the Clinton administration, and the North Koreans may have learned from this, is they really waited too late to try to do a deal with the Clinton administration on missiles.
클린턴 행정부 당시 북한은 미사일 문제에 관한 협상을 너무 늦게까지 미뤘습니다. 미사일 문제가 해결됐다면 북미 관계정상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는데 말이죠. 북한도 아마 이점을 뒤늦게 깨달았을 겁니다. 당시 미국은 북측과 협상해야할 기술적 문제들 산적해 있는 만큼, 이걸 다 마무리하기 전에는 정치적으로 북한과 진전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북측에 알렸습니다.
예를 들어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도 이런 기술적인 문제들이 먼저 해결돼야 가능하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가 끝나갈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북한이 지난번보다 더 일찍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비핵화와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들을 협상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