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모이, 북한에게는 입에 쓴 약

서울-박성우 parks@rfa.org

북한이 베트남의 도이모이, 즉 개혁개방 정책 배우기에 나서는 모양새지만 당장 도이모이 정책을 북한에 도입하기는 힘들 거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평양을 다녀온 유럽연합 의원단은 29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경제 현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방북 기간 중 김영일 총리 등을 면담한 유럽연합 한반도 담당 특별 의원단의 후베르트 피르커 의원은 농업과 경공업, 금융 분야의 현대화 전략에 대해 북측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습니다.

평양을 찾은 유럽연합 의원들에게 북측의 경제개혁에 대한 의지를 털어놓은 김영일 총리는, 26일부터 시작된 베트남 방문에서도 기획투자 부서를 찾고 관광단지를 시찰하는 등 베트남식 경제 배우기에 열중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달 중순 평양에서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을 갖고 베트남의 개혁개방 정책을 배우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소식도 이번 김영일 총리의 베트남 방문에 때맞춰 알려졌습니다.

베트남에서의 김 총리의 일정은 베트남 개혁개방의 성과를 둘러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김영일 총리는 27일 하노이에서 농업과학기술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28일에는 물류 중심지인 하이퐁 항구를 시찰했으며 30일에는 상업도시인 호찌민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미국과의 전쟁으로 입은 엄청난 피해를 극복하고 지금은 연평균 7-8 퍼센트의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베트남은 북한에 개혁과 개방의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서행 교수의 전망입니다.

이서행: 베트남이 사실은 미국의 피해를 더 크게 입었던 상태인데... 이제 그것을 다 과거사를 치유하고 새로운 관계를 개선했기 때문에...

‘도이모이’ 정책을 추진한 베트남은 70년대 후반 연평균 0.2퍼센트에 머물던 경제성장률이 86년부터 점차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92-97년 사이에는 8-9 퍼센트대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북한의 경제외교 행보는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따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습니다.

2005년 김일성 대학에서 도이모이 정책에 대해 특강을 한 바 있는 이서행 교수는 사회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시장경제를 도입해 안정된 성장을 이루는 베트남이 북한에겐 아주 매력적인 학습 대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아무런 준비 없이 베트남의 정부 개입을 통한 성장 일변도의 도이모이 정책을 받아들일 경우, 베트남에서 발생한 빈부격차나 특히 부정부패 같은 부작용이 북한에서는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거라고 이서행 교수는 경고합니다.

이서행: 여러 가지 수요공급상의 문제가 나왔을 때 거기에는 여러 가지 권위주의라든지 관료주의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나오는 역기능적 현상이 나옵니다. 그게 뭐냐면 관료들의 부정부패죠. 부정부패는 앞으로 북에서도 도이모이나 어떤 정책을 이입해서 적용하려 할 때는... 베트남의 문제가 뭔가... 이것을 봐야 됩니다.

개혁개방정책 이후 베트남에서 나타난 부정부패 같은 부작용은 북한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서행 교수는 전망합니다. 하지만 베트남 지도부의 부정부패는 결국 내부적으로 극복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이 교수는 내다봤습니다.

스스로를 낮추고 인민을 높이며 사유재산을 갖지도 않고 권력을 물려줄 자식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로지 인민의 복지와 통일에만 신경 쓴 호치밍 같은 지도자상이 베트남 국민들의 뇌리에 남아 있기 때문에 베트남 지도부의 부정부패도 결국 정화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서행: 베트남은 다행스럽게도... 부정부패가 있지만 상당히 이것을 척결하려는 의지는... 바로 모델이 있다는 거지요. 호치밍의 근검하고 절약하고 청렴했던 부분들... 요 부분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문제를 개선시킬 여지는 있습니다.

반면에 북한의 경우엔 청렴한 지도자를 찾아보기 어렵고 권력 세습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어떤 개혁개방이든 수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북한 지배체제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이서행 교수는 평가합니다. 때문에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개방 정책을 가까운 시일 내에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서행: 과거 한 7년 동안 중국을 오가면서 변화해야 되겠다 하면서도 결국은 크게 변화하지 못한 걸 보면, 도이모이를 차용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시간이 상당히 걸릴 거라고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