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이 대선에 이용되는 경향 뚜렷해져

서울-박성우 parks@aisa.rfa.org

한국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보수층을 겨냥해 일부 후보가 대북 정책을 변경 하는 등 대북정책이 대선에 이용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0일 “지금의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는 절대로 새 시대를 열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구국의 결단을 내려 출마한 것”이라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불가론을 거듭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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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모습-RFA PHOTO/장명화

이명박 후보는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혐의 등을 받고 있는 데다 대북 정책을 포함한 국가 정체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이회창 전 총재는 지난 7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도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이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회창: 북의 핵실험으로 실패로 판명난 햇볕정책을 고수하겠다는 후보의 대북관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집니다.

무소속의 이회창 후보는 대북 관계에서 철저한 상호주의를 주장합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한 다음 개혁과 개방에 나서는 만큼만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이명박: ‘비핵 개방 3000’ 구상은 북한이 핵폐기와 개방이라는 대 결단을 내리면 우리와 국제사회가 더불어서...

이명박 후보는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기 전만해도 핵폐기에 상응하는 대북지원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10년 안에 북한의 국민 소득을 3천달러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가 출마한 다음부터 이명박 후보는 ‘북한이 변화하지 않으면 지원도 없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이명박 후봅니다.

이명박: 제 대북정책은 북한이 나아가야 할 길을 분명하게 보여주되 개혁개방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그 열매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한 것입니다.

이처럼 강경해진 입장은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등장으로 지지율이 낮아지자 보수층의 표를 지키기 위해 내놓은 전략 변화의 결과라고 북한대학원대학교 류길재 교수는 평가합니다.

류길재: 최근에 이회창 후보가 상당히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보수진영의 한 축을 잠식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니까 이명박 후보 측에서는 보수적인 여론 층을 계속해서 확보하고 방어해야 된다는... 그런 이유로 추측이 되는데...

범여권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는 햇볕정책을 고수하거나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정동영 후봅니다.

정동영: 남쪽의 자본, 돈이 있잖아요. 그리고 기술과 북쪽의 양질의 노동력 그리고 싼 토지를 결합하면 한반도 경제가 상생, 윈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은 큰 폭 상승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대북 포용정책이 차기 정부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입니다.

20일 발표된 KBS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는 BBK 연루 의혹 등으로 인해 한 달 전과 비교해 지지율이 17.7% 포인트가 떨어졌지만 37.3%로 1위 자리를 지켰고, 이회창 후보는 20.5%의 지지율을 보인 반면, 정동영 후보는 16%대의 제자리걸음입니다.

BBK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현재 추세가 유지된다면 차기 정권의 대북정책은 기존 햇볕 정책에서 선회해 주는 만큼 받는 상호주의적 측면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안보전략연구소 홍관희 소장입니다.

홍관희: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나 무소속의 이회창 후보가 단일화 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정권 교체에 성공한다면 북한에 대한 상호주의적인 측면이 강화되고, 한미동맹이 훨씬 더 높은 차원에서 복원되거나 강화될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대북정책은 한국 뿐 아니라 내년 11월 대선을 치르는 미국에게도 동북아 안보 정책의 큰 축을 이루는 것이어서, 북핵 불능화와 신고에 이은 폐기 절차 등을 고려한 미국의 대북정책도 내년에는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