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대북 수출금지 합의, 실효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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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즉 유럽연합은 지난해 통과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라 20개 사치품에 대한 북한 수출은 물론 북한과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품 거래를 21일 금지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박사는 최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이같은 대북 제재조치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유럽연합의 결정에 따라, 북한은 앞으로 더 이상 유럽산 포도주나 향수 등을 구입할 수 없게 됐습니다. 유럽 연합이 북한 수출을 금지하기로 합의한 품목은, 순종 경마를 비롯해 포도주, 담배, 값비싼 향수, 귀금속과 시계, 값비싼 자동차 등 20가지입니다. 유럽연합은 이와 함께, 북한과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품 거래를 금지하고, 북한의 핵 개발 계획에 연루된 사람들의 자산도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유럽연합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따른 것입니다. 현재 미국과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이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21일 합의로 유럽연합도 대북제재에 뒤늦게 동참하게 됐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대북 압박 효과는 그리 크지 못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쉬(Larry Niksch) 박사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우선 북한과 이란 간의 무기 관련 거래가 줄어들지 않은 점에 주목했습니다.

Niksch: (I don't know whether they have had much effect, there may have been some cut back in luxury good sales to N. Korea,..)

"대북 제재 조치가 그간 효과를 봤는지 의문입니다. 북한으로의 사치품 반입이 좀 줄어들었을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거래를 차단하는 데 있어서는,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과 이란의 관련 거래도 예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닉쉬 박사는 특히 지난 2월 타결된 6자회담 핵 합의로, 유엔 대북제재가 더욱 구속력을 잃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Niksch: (once you get through the first stage of this agreement and get into the second stage, I think you will be going to see N. Korea raising some new conditions.)

"일단, 핵 포기 이행을 위한 초기 조치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핵 포기 단계에 접어들면, 북측에서 새로운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은 핵 포기 초기 조치를 이행하는 대가로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묶여있는 자금 2천 400만 달러를 풀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본격적인 핵 포기 단계에서는 유엔 제재를 포함해 다른 대북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유엔 제재는 처음부터 그리 큰 구속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이번 핵 합의로 구속력이 더욱 약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최근 핵 합의를 계기로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이행이 중단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닉쉬 박사는 이어 유엔의 대북사치품 금수 조치가 김정일 국방 위원장을 비롯해 북한 지도층을 겨냥한 것이지만 이들은 여전히 중국 국경지방의 백화점 등에서 값비싼 외국 물건을 아무런 어려움 없이 구입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유럽연합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라, 지난해 11월 대북 수출 규제안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유럽연합 회원국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합의를 보지 못해 지금까지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수출 규제안에서 현재 영국령인 지브롤터를 대북 제재에 동참할 ‘합법적인 당국’의 하나로 명시하면서 스페인과 영국 사이에 야기된 갈등이 문제였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은 지브롤터가 스페인 땅인 만큼 독립된 국가로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지브롤터를 대북수출규제에 관여하는 나라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영국은 지브롤터가 빠지게 되면 대북수출 규제에 구멍이 생긴다며 맞섰습니다.

워싱턴-이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