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진희 bonnyj@rfa.org
칠레 대법원이,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전 대통령에 대해 강제송환을 결정했습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7년간의 은둔생활 끝에 인권탄압과 부패 등의 협의로 자국의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The Fall of FUJIMORI" :...I am innocent of all these charges.
지난해 6월 나온 “후지모리의 몰락”이라는 기록영화의 일부입니다. 영화에서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전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와는 다른 현실세계에서 그가 법의 단죄를 받게 됐습니다.
칠레 대법원은 21일 성명을 통해, “페루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인권탄압과 부패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강제송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결정은 번복될 수 없습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즉시 페루로 송환되며, 인권 탄압 관련 혐의 2건과 부패 관련 혐의 5건에 대한 재판을 받게 됩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미주 담당 부국장인 다니엘 윌킨슨(Daniel Wilkinson)씨는, 칠레 대법원이 전례 없는 결정을 내렸다며 크게 환영했습니다. 윌킨슨 씨는 현재 칠레에 머물고 있습니다.
Wilkinson: (This is very important, this is a historic decision for Peru...)
“이번 법원의 판결은 너무도 중요하며, 특히 페루에게 있어서는 역사적인 결정입니다. 수년간 정의를 피해 다니던 페루의 과거 집권자가 결국 페루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답하게 됐습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인터내셔널(AI)도 성명을 통해 "칠레 대법원의 결정은 후지모리 집권 당시 발생한 수 천 명의 고문 피해자와 사망자, 실종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사법적 절차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고 환영했습니다. 그러면서 "페루 당국은 후지모리 정권 하에서 저질러진 모든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관련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본계 이민 2세로 지난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페루를 집권했던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인권탄압과 부패 혐의 등을 받고 대통령직에서 쫓겨났습니다. 그 후 5년간 일본에 머물다 지난 2005년 대통령 출마를 위해 칠레로 갔습니다. 그러나 칠레 당국에 체포됐고, 지난 6월부터는 국외 도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가택 연금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인권탄압과 관련해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콜리나(Colina) 라는 페루의 무장 세력이 저지른 두 개의 학살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윌킨슨 씨 입니다.
Wilkinson: (One involved an armed group who was basically breaking into a house where a party was taking place...)
“하나는 무장 세력이 연회가 열리고 있는 주택에 침입해, 8살 소년을 포함해 모두 15명의 시민을 총살한 사건입니다. 다른 하나도 같은 무장 세력에 의해 벌어진 일인데, 9명의 대학생과 1명의 교수를 붙잡아 살해하고 이들의 시신을 숨겼습니다.”
윌킨슨 씨는 이어, 유죄가 입증되면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부패 혐의와 관련해서는 10년, 그리고 인권탄압 혐의와 관련해서는 최고 35년 형을 살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최근 들어, 과거 탄압 정권 지도자들이 체포되는 사례가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9일에는 과거 70년대 백 70만 명의 캄보디아 국민을 학살한 크메르 루즈 공산정권의 2인자 누온 체아가 30여년 만에 체포됐습니다. 윌킨슨 씨는 일련의 사건들은 다른 지도자들에게 ‘일단 권자를 떠나면 저지른 학대 행위에 대해 무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 실상을 폭로한 인권운동가 데이비드 호크 씨도 윌킨슨 씨의 말에 동의합니다.
David Hawk: (There is a trend although it's a small trend towards trying to hold those dictators who are responsible for the crimes they committed the head of state...)
“크진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과거 집권시절 저지른 범죄에 책임이 있는 독재자들을 붙잡으려는 새로운 추세가 있습니다. 르완다와 유고슬라비에서 독재자에 관한 재판이 있었고, 국제형사재판소가 수단 다푸르 학살과 관련해 두 명을 기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재판들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다른 독재자들에게 ‘인권유린 등의 범죄를 저지르면 안전하지 못하다’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호크 씨는 그러나, 독재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려면, 이런 종류의 재판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