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북한이 막심한 홍수 피해를 이유로 이달 28일 개최하기로 했던 남북정상회담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남한 당국도 동의해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오는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여는 것으로 조정됐습니다.
문: 양 기자, 북한은 정상회담 연기 이유를 홍수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죠?
답: 네, 그렇습니다. 북한 당국은 18일 오전 남한 당국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남북정상회담을 10월초로 연기하자고 제의했는데요. 최근 폭우로 인한 피해 복구가 시급한 상황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 측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북한 제안에 남한도 동의한 것입니다. 남한 청와대의 천호선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시죠.
천호선: 정부는 북한의 제의를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일자를 여러가지 일정을 감안해 10월 2일부터 10월 4일로 조정하여 북측에 통보하기로 했습니다.
천 대변인은 북한 측의 이번 회담 연기 요청에는 다른 의도는 전혀 없고 실제 비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 하지만 남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렇게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요.
답: 남한 여당 쪽에서는 회담이 연기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수해 때문이니까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남한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는 올해 말 예정돼 있는 남한의 대통령 선거에 미칠 영향을 걱정했는데요. 잠시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시죠.
나경원: 대선을 코 앞에 둔 10월에 남북정상회담을 함으로써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건 아닌 지 걱정스럽습니다.
문: 남한 정치권 입장을 잘 알았구요.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 연기소식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네, 일단 홍수 피해로 인한 회담 연기라는 북한 측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돈 오버도퍼 교수는 앞서 지적된 대로 남한 대선정국과 정상회담 시기가 맞물려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남한 정치권 내에서의 논란이 더 확산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Don Oberdorfer: (I don't see the postponement is any kind of problem, I think the new date may be something of problem, make it more controversial..)
다시 말해 정상회담 연기 자체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대선과 맞물린 그 시점이 문제라는 지적이었습니다. 남한 세종연구소의 백학순 박사도 자유아시아방송과 전화통화에서 이번 북한 홍수 피해가 막심한 만큼 북한의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믿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문: 하지만 이와는 좀 다르게 북한이 홍수 피해 말고 뭔가 정상회담을 늦출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지 않습니까?
답: 네, 그렇습니다. 미국 아시아 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 같은 경우 아무래도 최근 남북정상회담에서 핵문제가 최우선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남한의 여론에 북한이 놀랐을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데요. 잠시 들어보시죠.
Scott Snyder: (South Korean discussion about what the summit should be about, may have contains some surprises for North Korea. Public polls show that nuclear issue should be top priority...)
스나이더 연구원의 말은 북한이 9월로 예정된 6자회담 진전 상황을 봐 가면서 핵문제에 대한 부담을 좀 덜고 정상회담에 임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분석에는 남한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의 장성민 대표도 동의했는데요. 장 대표는 지난 김대중 정권 당시 청와대 상황실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장성민: 이외로 남측 여론이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핵심 의제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전부 들고 나오고 있다. 이것이 북측 입장에서는 정상회담에 대한 상당한 부담이고 자신들은 경협을 강조하고 싶고 남한으로부터 많은 경제협력을 얻는 것이 정상회담의 목적이고 남한 대선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고 싶은 것이 북한 측의 정치적 목적일텐데, 남쪽 여론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미간 문제인 핵문제를 풀어야한다고 가니까...
그러니까 부담을 느껴 회담을 연기했다 그런 설명인데요. 장 대표는 또 북한이 이번 수해와 관련된 지원을 남한으로부터 일단 모두 다 받아낸 후에 그와는 별도로 정상회담을 통해 받는 경제지원은 수해지원과 구별해서 받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해에 대한 지원과 정상회담을 통한 지원을 따로 받는 것이 남한으로부터 지원을 보다 더 많이 받는데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문: 한마디로 북한으로서는 남북정상회담을 미뤄도 별로 밑질 것이 없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요.
답: 네, 그렇습니다. 남한 고려대학교 유호열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유호열: 급박한 현안을 해결하거나 매우 중요한 이익이 걸려있는 정상회담이라면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개최할 수 있었을텐데 그런 상황이 아닌 정상회담이었기 때문에 연기하는데 북한으로서는 크게 손해 날 것이 없고 연기해도 정상회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오히려 더 늘릴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참에 오히려...
연기해도 별 문제가 없겠다 이렇게 북한이 생각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 교수도 앞으로 10월 초까지 6자회담의 진행 상황을 살피고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된 이후 정상회담을 여는 것이 보다 남한 대선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