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돼지열병 방치… 주민들은 몰래 고기 판매”

워싱턴-양희정 yangh@rfa.org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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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평안남도에서 촬영한 자전거 짐받이에 돼지를 실어 나르는 북한 주민.
2010년 6월 평안남도에서 촬영한 자전거 짐받이에 돼지를 실어 나르는 북한 주민.
/아시아프레스 제공

앵커: 북한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적극적으로 통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은 돼지고기를 폐기 처분하지 않고 몰래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 5월 중순 돼지열병 감염 확인 사실을 유엔 기관에 보고한 후에도 허술한 통제와 방역조치로 돼지열병이 확산되고 있다고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재정난 때문에 북한 당국이 소독제를 사용하는 방역처리나 돼지열병이 발생한 지역을 통제하는 그런 조치를 거의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 북한 내부 협조자들도 약을 썼다는 것을 듣지 못했다고 한결같이 말했고요.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방역·통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가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지난 9월 후반부터 함경남∙북도와 양강도 각지에서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들이 북한의 돼지열병 확산 실태를 조사했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돼지고기의 판매와 식용을 금하는 당국의 통지가 내려져 방역 당국과 보안서가 시장에서의 판매를 단속하려 하지만, 주민들은 뇌물을 주고서라도 보안원의 단속을 피해 돼지고기를 몰래 판매해 돼지열병의 확산이 우려된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북한 당국의 진짜 잘못된 부분은 돼지열병의 심각성에 대해서 교육, 교양, 홍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겁니다. 돼지열병 치사율이 거의 100퍼센트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평안북도에서는 돼지가 전멸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철저히 통제하지 않으면 북한 전역에서 돼지가 다 죽을 수도 있다는 그런 심각성이지요.

북한에서는 돼지에 인분과 풀을 섞은 사료를 주기 때문에 파리나 새가 돼지 주변에 몰리고, 이들이 매개체가 되어 돼지열병 바이러스 즉 병균이 확산될 가능성이 많은데도 주민들은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심지어 함흥과 같은 지역에서는 냉동고를 가진 돈주들이 이번 사태를 돈벌이 기회로 삼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냉동시설을 갖고 있는 돈주들이 돼지고기를 사서 보관했다 비쌀 때 팔려고 하거나, 아니면 돼지가 많이 죽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돼지를 금값으로 팔 수도 있겠다 그런 기대를 하는 사람까지 있다고 합니다.

함경북도 길주군 청암리의 한 농장에서 20마리의 돼지를 사육했는데 최근 한 달 동안 12마리가 잇달아 죽자 나머지 8마리를 서둘러 도살해 고기를 판매한 사례도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유엔의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13일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표단을 파견하기 위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지난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보고한 내용 이외에 북한 돼지열병 피해 사례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세계동물보건기구의 아프리카돼지열병 권위자인 호세 마누엘 산체스(José Manuel Sánchez-Vizcaín)박사는 최근 한국의 남북한 접경지역을 돌아본 후 야생 멧돼지를 통해 북한 쪽에서 한국으로 돼지열병이 확산됐을 수 있다고 한국의 KBS방송에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 군 당국은 최근 경기도 파주시 등 북한과 인접한 지역에서 잇달아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멧돼지 등이 발견되면서 비무장지대에서 멧돼지를 발견하는 즉시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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