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마당서 손전화 ‘묻지마’ 단속

서울-손혜민 xallsl@rfa.org
2023.12.13
북 장마당서 손전화 ‘묻지마’ 단속 무거운 짐을 거머쥐고 시장으로 향하는 할머니와 그 옆에서 핸드폰을 보며 무심코 지나가는 청년의 모습이 포착된 북한 사진.
/연합뉴스

앵커: 북한 내 식량가격도 국가 정보라며 주민통제를 강화해 온 북한 당국이 손전화를 소지하고 장마당에 드나드는 주민까지 국가비밀보호법을 구실로 단속하고 있습니다북한 내부소식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내부 영상과 강연자료 등이 적국으로 유출되는 현상을 막는다며 올해 2월 국가비밀보호법을 제정한 북한이 국경지역 주민들의 중국 손전화 사용을 집중 통제하더니 이제는 내륙지역 장마당에서 국내 손전화 소지자까지 단속하고 있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 1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최근 안전원들이 장마당에서 손전화를 손에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무턱대고 세우고 손전화를 검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안전원들이 사복을 입고 단속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단속 인원을 파악할 순 없지만 신의주 장마당 입구와 신의주 역 앞에 각각 두 명이 단속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제까지 손전화 단속은 주로 안전원이 지나가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국영화가 손전화에 들어있는지를 단속하는 수준이었는데 이번처럼 안전원 두 명이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장마당 촬영 여부를 단속하는 사례는 처음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단속 과정에서 손전화에 장마당 사진이 나왔다면, 국가정보를 한국에 팔려는 간첩으로 몰려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손전화 검열은 손전화 안에 있는 사진 중에 장마당 사진과 영상이 없는지를 검색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무작위로 손전화를 단속하는 안전원을 보면서 장마당 상인들 속에서는 연말을 앞두고 돈을 뜯어내려는 수법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이달 들어 안전원들이 신의주 장마당과 역전 주변 일대에서 손전화를 손에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무작정 단속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가방이나 옷 주머니에 손전화를 넣지 않고 손에 들고 장마당과 역전 주변을 다니는 사람들을 단속하는 것은 손전화로 주변을 촬영한 것이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안전원이 말해 단속된 주민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손전화 단속에 일부 주민들이 불만을 표시하자 안전원들은 손전화로 내부 사진과 영상 등을 촬영해 적들에게 팔아 넘기는 자들을 잡아내는 것은 국가비밀보호법 위반자를 잡아내는 것이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전원들의 행태를 지켜보는 주민들 속에서는 장마당과 역전 주변 모습이 무슨 국가비밀이냐며 손전화 소지자를 국가비밀유출자로 단속하면서 불안에 몰고 있는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한편, 지난 2월 제정된 북한의 ‘국가비밀보호법’에는 “비밀 보호 사업에서 제도와 질서를 세워 국가의 안전과 이익사회주의 건설의 성과적 전진을 보장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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