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북한의 장마당 무력화 조치 (2) 백화점을 이용하라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24.01.16
[신년기획] 북한의 장마당 무력화 조치 (2) 백화점을 이용하라 사람들이 평양 보통강 백화점 진열대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

앵커: 지난해 말 북한 당국은 공무원과 근로자들의 월급(생활비)을 인상하면서 일련의 장마당 무력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당국이 새해 들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 오늘은 그 두번째 순서로 주민들에게 백화점 이용을 강요한다는 소식입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8월 북한 사회안전성은 국가의 통제권 밖에서 물자 거래를 하거나 외화를 유통시키는 행위를 철저히 금지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포고문을 공포하고 공장, 기업소들에서 생산한 상품을 몰래 개인들에게 빼돌리는 범죄를 엄중히 처벌해왔습니다.

 

공장, 기업소에서 생산한 상품은 전부 백화점과 종합상점들에 보내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새해부터 장마당에 10여명의 안전원(경찰)들을 상주시키고 식량과 수산물의 판매를 금지시켰으며 공장, 기업소 상표가 붙은 상품들, 외국산 상품들을 모조리 회수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12새해 첫 전투 기간이어서 장마당을 오후 4시부터 저녁 8시까지만 개방한다그마저도 (판매가) 허용되는 상품은 중고 옷과 개인이 만든 빗자루, 칼도마(도마), 뜨개옷과 같은 일부 수공업 제품들 뿐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장마당 통제가 강화되면서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은 장사꾼들의 집을 수소문해 찾아가야 한다집에서 몰래 상품을 파는 행위도 철저히 단속하고 있어 안면이 있는 사람을 앞세우지 않으면 장사꾼들이 절대로 상품을 내놓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장사꾼들이 가지고 있던 식량은 양곡판매소에 수매를 하고(값을 받고 넘기고) 공장, 기업소의 상표가 붙은 상품들, 수산물은 백화점과 종합상점에 수매하라는 것이 장마당을 통제하는 안전원들의 요구라면서 하지만 양곡판매소와 백화점의 수매 가격이 너무도 터무니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장마당에서 6천원(미화0.7달러)에 팔리던 입쌀은 3천원(미화0.35달러), 25백원(미화0.29달러)에 팔리던 강냉이는 15백원(미화0.17달러)에 수매 받는다(넘긴다)며 공장, 기업소 상품들과 수산물도 모두 반값에 수매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장사꾼들은 들은 척도 않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장마당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주민들의 발길도 점차 백화점과 종합상점으로 향하고 있다그런데 백화점과 종합상점에 진열된 상품들이 기존의 장마당 가격보다 훨씬 비싸 주민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화장품만 해도 장마당에는 값 싼 중국산이 많아 돈 없는 사람들도 편히 골랐는데 백화점엔 3만원(미화3.52달러) 이상의 국산 화장품 뿐이라며 장마당에서 한 곽에 25백원(미화0.29달러)이던 민들레담배는 3천원(미화0.35달러), 4천원(미화0.47달러)이던 려명담배는 5천원(미화0.58달러)에 판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한가지 유리한 점은 백화점과 종합상점에서 다양한 결제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장마당과 달리 백화점은 현금과 전자결제카드, 달러와 중국 인민폐를 다 사용할 수 있다전자결제카드도 조선중앙은행에서 발급하는 전성카드와 국가무역은행에서 발급하는 나래외화 카드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백화점과 종합상점엔 식료품과 당과류, 술과 담배, 일부 학용품과 수산물이 전부여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이 턱없이 부족하다먹고 사는데 꼭 필요한 간장, 된장조차 갖추지 못해 매장을 찾았던 사람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북한 당국의 장마당 통제에 대해서도 소식통은 장마당을 무력화하려면 더 이상 장마당을 찾지 않을 만큼 백화점과 종합상점에 상품이 많아야 하고, 상품을 꾸준히 공급하는 체계도 유지해야 한다그런데 지금 백화점과 종합상점에 쌓아둔 상품들은 껍데기만 국산일 뿐 원료와 자재가 전부 중국산이어서 생산과 공급의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기본 생활비를 35천원으로 올리고 장사도 하지 말고, 양곡판매소와 백화점에 의지해 살라는 건 굶어 죽으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질 실질적인 대책 없이 장마당만 계속 통제할 경우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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