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중국 파견 노동자에 ‘김정일 애도’ 기부금 강요
2023.12.13
앵커: 북한 당국이 올해 12주년이 되는 김정일 사망일(12/17)을 맞아 중국파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애도 기부금을 내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관련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1942년 2월 16일 러시아 보로실로프(현재 우스리스크)에서 김일성과 김정숙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김정일은 2011년 12월 17일, 향년 69세로 사망했습니다. 올해로 사망 12주년을 맞는 북한에서 중국 파견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애도기부금을 거두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 단동시의 한 현지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1일 “요즘 단동에 파견된 북조선 회사들에 애도기부금을 바치라는 당국의 지시가 하달되었다”면서 “김정일이 사망한 지 12년째를 맞아 애도를 강요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단동의 한 의류업체에는 1천여 명의 북조선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데 전원 애도기부금을 바쳐야 한다”면서 “단동주재 북조선 영사부에서 평양 당국의 지시에 따라 각 북조선 회사들에 애도기부금 규정을 제시하고 매일 이행을 독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번에 제시된 애도기부금은 사장과 이하 관리원들, 노동자들에 따라 기부 액수가 다르게 정해져 있다”면서 “사장은 중국돈 1천위안(미화 140달러), 통역과 관리자는 500위안(미화 70달러), 노동자는 1인당 50위안(미화 7달러)씩 애도일 전에 모두 바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올해 들어 모두 4차례의 기부금을 강제로 바쳐야 하는 셈”이라면서 “당국은 김일성이 태어난 태양절과 김정일이 태어난 광명성절에 각각 1회씩, 또 사망일인 7월 8일(김일성)과 12월 17일(김정일)에도 애도기부금을 구실로 조직적으로 수탈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다행히 이번 애도기부금 액수는 예전보다 적어 북조선 노동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짓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지난 7월 8일 김일성 애도기부금은 공장 사장, 부사장은 중국돈 1만위안(미화 1,400달러), 관리자들은 1천위안(미화 140달러), 노동자들은 200위안(미화 28달러)씩 바쳐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 심양시의 한 현지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2일 “요즘 평양의 지시에 따라 중국의 북조선 회사들이 김정일 애도기부금을 바치고 있다”면서 “이는 자원적인 기부가 아닌 강제로 수탈하는 모금행위”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심양주재 북조선 영사관은 지난 주부터 동북 3성(길림성, 료녕성, 흑룡강성)에 파견된 북조선 회사들에 김정일 애도기부금 지시를 하달했다”면서 “이에 각 회사의 사장들은 1년 과제금 외에 또 애도기부금 액수를 맞추느라 속을 썩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달에 바칠 애도기부금은 연간 실적총화와 맞물려 있어 회사들에서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공장 사장(중국돈 1천 위안)과 관리자, 노동자(중국돈 50위안)들의 기부금 전액을 종합하여 이달에 벌어들인 자금에서 떼어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심양 영사관에서는 매일 김정일 애도일 전으로 무조건 제시된 애도기부금을 마무리하라고 독촉이 불같다”면서 “일단 사장과 부사장, 작업반장과 각 노동자에 따라 구분하여 제시하였기 때문에 인원수에 따른 금액을 바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북조선 공장 간부들과 노동자들속에서 김정일 애도기부금에 대한 불평이 적지 않다”면서 “사망한 지 12년이 되었음에도 ‘장군님(김정일)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며 해마다 인민의 자금을 수탈하는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등 북한인권단체와 한국 내 북한전문매체들은 현재 중국 내 북한 노동자 수를 10만여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