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근원지 없애라” 북, 개인 살림집까지 위생검열
2024.03.04
앵커: 북한 당국이 봄철 위생월간을 맞아 악성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는 비문화적인 생활환경을 철저히 없애라며 개인 살림집에 대한 위생검열을 조직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매년 3~4월을 ‘봄철 위생월간’으로 지정하고 그 기간 거리와 마을 등 환경꾸리기를 정기적으로 진행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전염병 근원지를 없애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개인 살림집 환경에 대한 위생검열을 조직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3월 초부터 봄철 위생월간이 시작되면서 정주시에는 위생검열대가 가동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북한은 당과 사법기관이 합동 운영하는 중앙비상방역지휘부 산하 도, 시, 군 비상방역지휘부를 조직하고 기관과 공장, 상업망 등에 대한 방역검열을 강화했던 바 있습니다. 출입구에 반드시 손 소독수를 구비하고 건물을 수시로 소독해야 하는 것이 공공건물 위생방역이라면 개인에게는 지역 간 이동금지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시행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10일 전국 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코로나 방역 승리를 공표한 이후 지역 간 이동 금지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이 해제되면서 국가비상방역체계는 정상방역체계로 완화되었습니다.
소식통은 “이번에 조직된 위생검열대는 국가비상방역위원회가 아니라 개인 살림집을 대상으로 보건성 산하 국가위생검열위원회가 운영하는 것이다”며 “악성 전염병이 재발생하는 것에 대처해 비문화적인 환경시설을 퇴치하라는 중앙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각 시, 군 위생검열위원회 산하 위생검열대의 검열대상은 개인 살림집 하수망과 변소가 우선”이라며 “어제(3일) 인민반회의에서는 이달 말부터 살림집에 대한 위생검열이 시작된다고 포치했다”고 말했습니다.
해마다 봄철 위생월간이 시작되면 북한 주민들은 개인 살림집 담벽과 울타리 횟칠 등 거리와 마을꾸리기에 동원돼 왔습니다. 올해처럼 당국이 조직한 위생검열대가 살림집을 대상으로 위생검열을 실시하는 조치는 처음이란 지적입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그제 인민반회의에서는 3~4월 위생월간을 맞으며 개인 살림집 하수망과 변소칸마다 뚜껑을 반드시 씌우라는 당국의 지시가 포치됐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해당 조치는 악취가 풍기는 위생환경이 악성 전염병을 유발시키는 근원지라며 전민운동으로 문화위생적인 환경을 마련하라는 중앙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에 보건성에서는 각 시, 군마다 비상설 위생검열위원회 산하에 조직된 위생검열대를 동과 리마다 배치해 개인 살림집을 조사하고 있다”며 “살림집 변소가 무너지거나 하수망이 노천에 드러난 세대는 이달 말까지 보수 정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코로나 시기에도 중앙방역지휘부에 소속된 보건성 산하 위생검열위원회는 국영공장과 식당 등 공공장소 대상으로 소독수 구비정형을 검열해왔으나 개인 살림집 대상으로 위생검열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이에 주민들 속에서는 국가에서 먹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우선 아니냐”며 “코로나 방역이 어느정도 완화되자 마자 위생검열대를 조직하고 살림집에 대한 위생검열 사업으로 주민통제에 나선 의도는 태양절(4/15 김일성 생일)정치행사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