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지방공업공장 원료기지 관리 ‘난맥상’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24.05.17
북, 지방공업공장 원료기지 관리 ‘난맥상’ 평양기초식품공장 (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앵커: 지방공업 발전에 힘을 쏟고 있는 북한 당국이 정작 원료기지를 관리하는 기관을 명백히 지정하지 않아 지방마다 큰 혼란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양강도 혜산시 인민위원회 지방공업부가 도농촌경리위원회 계획과에서 원료기지로 넘겨받은 밭은 화전리와 검산리, 운총리까지 모두 합쳐 120정보(119ha)로 이곳에는 이미 메주콩과 해바라기가 심어져 있습니다.

 

혜산시 당국은 이곳에 심어진 메주콩과 해바라기를 지방공업공장인 혜산기초식품공장과 혜산곡산공장에 원료로 대주어 간장과 된장, 식용유를 생산해 혜산시 주민들에게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창 김을 매고 적당한 간격으로 솎아 주어야 할 메주콩과 해바라기가 돌보는 주인을 제대로 찾지 못해 메말라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농업부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15원료기지 관리 문제를 놓고 도 농촌경리위원회와 혜산시 인민위원회가 충돌을 빚고 있다중앙에서 원료기지 관리에 대한 명백한 규정을 내놓지 않아 현장의 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은 올해 새로운 지방공업공장들을 건설하는 한편, 이미 있던 지방공업공장들을 복구해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자체로 생산 보장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방공업공장들은 현지에 흔한 농산물과 목재, 산열매와 약초를 원료로 생산을 하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북한 당국은 원료림 조성과 원료기지 조성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원료림에는 산열매가 열리는 여러가지 나무들을 심고, 원료기지 토지에는 기름작물과 약초를 심어 지방공업공장들에 원료로 보장하라는 요구입니다.

 

하지만 원료림과 원료기지 관리 문제를 두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원료기지 밭에 메주콩과 해바라기를 심는 것은 주변 농장에서 도왔지만 더 이상 주변 농장들은 원료기지 밭을 가꾸려 하지 않는다면서 원료기지에 투입할 노동력도 없는데다 행여 원료기지의 농사가 제대로 안 될 경우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여맹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16과거 김일성 시대에는 지방공업공장들에 따로 원료기지를 다루는 작업반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지방공업공장들이 많이 없어진 데다 설령 남아 있다 해도 생산을 제대로 못해 토지를 이미 농장들에 돌려주었고, 원료기지 작업반도 모두 해체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다시 원료기지 작업반을 조직하려면 우선 지방공업공장부터 가동을 할 수 있게 살려 놓아야 한다면서 공장을 살린 이후 중앙의 승인을 받아 공장 운영에 필요한 인원들을 새로 선발해야 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모든 권력이 중앙에 집중되고, 모든 생산체계가 계획화 된 사회주의 체제에서 지방 간부들이 자체로 결정할 문제는 아무 것도 없다그만큼 지방의 실정에 맞게 중앙에서 빨리 결정하고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앙의 지시대로 원료기지를 조성해 놓고, 임시로 원료기지의 관리를 주변 농장들에 맡겼다면서 그러나 농장의 간부들은 책임이 두려워 자리를 내놓은 한이 있어도 원료기지는 절대로 떠안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이런 혼란이 계속되다 보니 양강도당과 혜산시당은 이제야 원료기지 관리를 목적으로 여맹돌격대를 긴급히 조직하는 형편이라며 여맹원들은 가정이 있는 여성들인데 그들이 과연 원료기지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지는 따지지도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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