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양강도의 식량난이 심상치 않습니다. 특히 혁명전적지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식량난이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근로자들의 월급을 열 배 이상 올렸지만 북한 양강도 주민들의 식량난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굶주림으로 어린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이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4일 “지난해 농사가 잘되었다고 하지만 올해 역시 양강도는 보릿고개를 넘기기 어렵다”면서 “국가가 장마당을 강력히 통제하고, 개인 식량 판매를 엄격히 금지시키면서 식량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올해의 식량난은 도 소재지인 혜산시의 주민들보다 군 소재지인 읍에 사는 주민들이 특히 더 심각하다”며 “읍에 사는 주민의 90%는 노동자와 사무원(공무원)들”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도시와 농촌의 중간에 위치한 읍은 인구가 많지 않아 장사가 되지 않는다”면서 “명절이나 특별한 상황으로 국가가 식량을 공급할 때에도 도 소재지의 근로자와 사무원들만 상대할 뿐 읍의 노동자와 사무원들은 항상 외면 받아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소식통은 “읍은 인구밀도가 높지 않은데다 읍에 사는 주민들은 뙈기밭 농사를 많이 지어 도시 주민들에 비해 식량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읍에 사는 주민들이 뙈기밭 농사를 많이 짓는 것은 맞지만 뙈기밭 농사만으론 식량난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6일 “양강도에는 2개의 시와 10개의 군이 있는데 식량난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양강도의 식량난은 어디를 가나 다 비슷하지만 그 중에서도 삼지연시와 보천읍, 김정숙읍은 매우 심각하다”며 “삼지연시와 보천읍, 김정숙읍은 양강도의 주요 혁명전적지 지역이어서 주변의 산이 전부 특별 보호림으로 지정돼 뙈기밭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부 고산지대에 자리 잡은 양강도는 도시와 농촌이 모두 산으로 꽉 막혀 있어 개인들이 산을 벗겨 뙈기밭을 만들지만 국가가 정한 특별보호림의 경우에는 나무와 풀을 함부로 벨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삼지연시와 보천읍, 김정숙읍의 주민들은 뙈기밭을 만들어 개인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소식통은 특히 “생활비(월급)가 오르고 양곡판매소도 운영하고 있지만 지방공업공장들은 원료가 없어 생산을 못하다 보니 노동자들은 생활비를 받을 수 없고 국가 예산에서 생활비를 받는 사무원들도 생활비만으로는 가족들의 식량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양강도의 양곡판매소에서 입쌀은 kg당 5천7백 원(0.65달러)이고, 강냉이는 kg당 3천 원(0.34달러)입니다. 개인 장사꾼들이 집에서 몰래 파는 입쌀은 kg당 6천1백 원(0.70달러), 강냉이는 kg당 3천4백 원(0.39달러)으로 양곡판매소보다 400원정도 더 비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학교생활을 10년 이상 한 4급 교원의 생활비는 3만5천 원(4.02달러)으로 양곡판매소에서 입쌀 6kg을 살 수 있고, 강냉이는 11.6kg을 살 수 있습니다. 3만5천 원의 생활비로 강냉이만 산다고 해도 4인 가족이 한 주일 먹을 량 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출근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고,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국가적인 대책이 없다면 혁명전적지에 살고 있는 일부 어려운 가정들은 보릿고개인 3~4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