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서 국경봉쇄와 무역 중단에 이어 잇단 자연재해로 식량난이 더욱 악화되면서 간부들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 함흥시의 한 간부 소식통은 27일 “최근 당국이 비상방역전 승리를 운운하며 김정은과 노동당에 대한 선전을 강화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생활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일반 주민은 물론 간부들도 생활고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악성 전염병(코로나) 사태 이후 식량부족에 이어 생활필수품 부족이 극심해지면서 간부들속에서도 생활고를 한탄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이전에는 간부들은 이런저런 방법으로 권한을 행사해 자기 주머니를 챙겨왔으나 요즘은 뇌물 받기가 쉽지 않고 어디 가서 무엇을 해결해 달라는(뇌물을 바치라는) 말을 쉽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나와 가까운 한 도급 기관의 국장급 간부는 작년부터 올해 사이에 집에 가지고 있던 천연색텔레비죤과 냉동기(냉장고) 등 돈이 될만한 물건을 죄다 팔아 살림에 보태야 했다”며 “그 간부의 자리가 뇌물이 자주 생기는 자리가 아닌 데다가 가족 중에 장사해서 돈벌이 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가전제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간부와 당원들에 대한 평정(평가)과 노동당 입당, 간부사업(간부인사) 등의 권한을 휘두르는 당 간부들은 지금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지만 행정간부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인민위원회 간부라고 해도 먹고 사는 문제를 직접 다루는 상업부나 양정부(양곡 관리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 간부들은 아내가 장사를 하지 않으면 생계유지가 힘들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각지역 인민위원회가 소속기관 간부들에게 약간의 생활상 도움을 주었고 산하 공장, 기업소에 출장을 나가면 담배를 비롯해 뭐라도 공짜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인민위원회도 가지고 있는 식량이나 물자가 없다 보니 관내 간부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하급기관에 지도를 내려가도 담배 한 갑 챙겨주는 곳이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김정은이 나라 일이 안되는 원인을 간부들 탓으로 돌리면서 간부들의 목을 바싹 조이는 바람에 간부들의 생활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회의와 선전활동 등 체제수호와 선전에 나서는 당간부들은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말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는데도 공짜가 많이 생기는 데 반해 행정간부들은 여기저기 올리 뛰고 내리뛰며 열심히 노력해도 주민들로부터 공짜는커녕 욕밖에 차려지는(돌아오는) 것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회령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같은 날 “몇 년간 이어진 국경봉쇄와 무역중단, 그리고 잇따른 자연재해로 주민들의 생활고가 깊어지고 있다”며 “일반 주민과 마찬가지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간부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 아파트의 경우 남편이 시인민위원회에 다니는 세대(가구)가 두 집인데 두 집 모두 생활이 어렵다”며 “한 집은 지난 5월 인민위원회에 다니는 남편이 기침과 고열 증세를 보이며 앓다가 사망했고 다른 한 집도 아내가 남새(채소)장사를 하지만 어렵게 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간부는 배급을 못 받아도 열심히 일해야 하고 남들처럼 장사나 돈벌이를 위해 며칠간 출근을 안 할 수도 없는데 인민위원회에서 특별히 공급해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그러니 아내가 장사를 하지 않으면 그 집은 생활이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안창규,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