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농장들, 노동력 부족해 가을걷이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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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양강도 내 농장들이 인력 부족으로 가을걷이에 큰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가을걷이가 늦어질 경우 한해 농사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북부고산지대에 위치한 양강도가 최근 삼지연시를 시작으로 가을걷이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북한의 농사가 잘 되었는데 가을걷이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자칫 다 지어놓은 농사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양강도 농업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3일 “도 농촌경리위원회가 8월 30일, 삼지연시 포태종합농장의 감자 파기를 승인한데 이어 오늘(9월 3일)부터 도안의 모든 농장들에 강냉이 가을을 승인했다”며 “강냉이 가을을 먼저 끝내고 9월 10일부터 감자 가을을 시작한다”고 전했습니다.

“양강도는 지난 8월 25일부터 28일까지 내각 농업위원회로부터 최종적인 알곡예상수확판정을 받았다”면서 “당시 예상수확판정을 집행한 내각 농업위원회 간부들은 올해 우리나라(북한)의 전반적인 농사 작황을 지난해 못지 않게 좋게 평가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6일, 노동당 중앙위 제8기 9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알곡 103%를 증산했다”고 자랑했습니다. 2023년 국가 알곡생산계획량을 103% 초과 수행했다는 의미인데 올해 역시 지난해 못지 않게 농사가 잘 되었다는 것이 내각 농업위원회 간부들의 평가라는 얘기입니다.

소식통은 “농업위원회의 판정 결과 양강도는 정보(0.99ha)당 감자 37톤, 강냉이 3.6톤, 메주콩 3.8톤의 예상 수확량을 기록했다”며 “강냉이 예상 수확량은 지난해에 비해 정보당 0.4톤씩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올해 농사가 잘 되었다는 소식을 주민들은 크게 반기고 있지만 농장의 간부들은 안절부절을 못하고 있다”면서 “일손이 모자라 가을걷이가 늦어지기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설명했습니다.

“양강도는 8월 20일부터 눈에 띄게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해 9월 3일, 혜산시의 낮 온도가 18도에 머물렀다”며 “가을걷이가 늦어질 경우 미처 수확하지 못한 감자가 서리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소식통은 우려했습니다.

소식통은 “양강도 농촌경리위원회도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주시하면서 중앙으로부터 가을걷이 승인을 일찍이 받아 냈다”며 “중앙에서도 올해 양강도의 가을걷이가 늦어질 것에 대비해 지난해보다 닷새나 빠르게 가을걷이를 승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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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농업부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4일 “중앙당(노동당) 농업부와 내각 농업위원회가 예년보다 빠르게 양강도의 가을걷이를 승인한 것은 현재 양강도가 처한 어려운 상황 때문”이라며 “양강도는 지금 당장 가을걷이에 동원할 여유 인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양강도는 주요 농작물이 감자인데 감자는 수확도 어렵지만 이동과 보관 또한 쉽지 않다”면서 “때문에 양강도는 해마다 지원자들의 힘을 빌려 가을걷이를 끝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감자 농사가 잘 돼 가을걷이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현재 밥술을 뜨는 사람은 모두 수해복구에 동원되다 보니 농촌에 보낼 지원 노력이 고갈되었다”면서 “지원 노력을 못 받게 되면 그만큼 가을걷이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을걷이가 늦어지면 양강도의 주요 농작물인 감자가 밭에서 얼어버릴 수 있다”며 “감자는 쉽게 얼기

때문에 서리가 내리기 전에 모두 파서 적당한 온도에 보관해야 한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양강도는 보통 9월 25일경이면 서리가 내린다”며 “서리 피해를 막으려면 9월 25일 전까지 감자 파기를 완전히 끝내야 하는데 농민들의 힘만으로는 감자 파기를 끝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감자 파기를 제때에 끝내려면 지원 노력이 절실한데 가을철 농촌 지원에 나와야 할 사람들이 현재 수해복구에 모두 동원되고 있다”며 “수해복구로 지원 노력을 제대로 보장할 수 없으니 중앙에서도 양강도의 가을걷이를 일찍이 승인한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중앙에서 가을걷이를 일찍 승인했다고 해도 지원 노력이 없거나 모자라게 되면 감자 파기를 제때에 끝낼 수 없다”며 “감자 파기를 제때에 끝내려면 수해복구에 동원된 노력을 당장 시급한 가을걷이에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