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일 찬양곡 개사해 김정은 찬양
2024.05.24
앵커: 북한 당국이 당초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친근한 어버이’ 노래를 개사해 김정은 총비서 우상화 작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노래는 길거리를 떠도는 꽃제비들도 부르고 있는데 이를 보는 주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왜 그런지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음악: 친근한 어버이 - 노래하자 김정은 우리의 영도자/ 자랑하자 김정은 친근한 어버이
최근 북한에서 활발하게 보급하고 있는 ‘친근한 어버이’는 2021년 2월 16일 김정일의 생일인 광명성절 기념공연에서 처음 선보인 노래 '친근한 이름'을 개사한 곡입니다.
원곡은 김정일을 찬양하며 ‘노래하자 김정일 우리의 지도자/자랑하자 김정일 친근한 이름’이란 가사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 당국은 광명성절, 태양절 등 선대 수령들의 우상화 용어들을 쓰지 않고 김정일 찬양 노래를 김정은 우상화 노래로 개사해 보급하고 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청)은 23일 “오늘 정기학습에 참가했는데 첫 시간에 ‘친근한 어버이’ 노래를 부르고 시작했다”면서 “집에서도, 길에서도, 회의장에서도 부르고 들어야 하니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워낙 전기가 잘 오지 않지만 가끔 몇 분씩 올 때에 텔레비죤을 켜면 ‘친근한 어버이’ 노래가 나온다”면서 “텔레비죤을 켜기만 하면 ‘친근한 어버이’ 노래가 반복해서 나오는데 매일 끼니 걱정을 하는 주민들에겐 혈압이 터질 일”이라고 증언했습니다.
또 “게다가 요즘은 돈 없고 집도 없어 길에서 헤매는 꽃제비들이 많이 보이는데 방송차가 ‘친근한 어버이’ 노래를 틀고 도시를 돌고 있다”면서 “헐벗고 굶주린 야윈 모습의 꽃제비들도 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요즘 들어 매일 같이 꽃제비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고 떠드는 당 간부들의 눈에는 길에서 헤매는 꽃제비들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행색이 남루한 꽃제비들은 행인들의 뒤를 따라 다니며 먹을 것을 구걸하고 있다”면서 “한창 교복을 입고 학교 책상에 앉아서 공부해야 할 10대의 여자 아이들과 남자 아이들, 자식들의 효도를 받아야 할 노인들이 버림받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이런 현실에도 당국은 ‘친근한 어버이’ 노래 보급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기관, 기업소, 사회단체, 조직별로 보급하는 것도 모자라 길에는 방송차, 집에선 유선방송으로 불어대고 있으니 이제는 꽃제비도 ‘친근한 어버이’를 부르는 실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1990년대 중반에도 ‘쪽잠과 줴기밥’이라는 김정일을 찬양하는 노래가 보급되었다”면서 “대량아사사태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시기에 김정일이 휴식도 없이 주먹밥으로 끼니를 에우며(때우며)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고생한다는 내용의 노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래 ‘쪽잠에 줴기밥’은 역전에서 구걸하는 꽃제비들이 사람들 앞에서 불러주고 돈을 받으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서 “그런데 요즘 꽃제비들도 ‘친근한 어버이’ 노래를 부르며 길에서 사람들로부터 먹을 것을 구걸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