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난의 행군 시기 사라진 ‘빈 차 감독대’ 부활
2024.03.12
앵커: 북한 사회안전성이 ‘빈 차 감독대’를 임시로 조직하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공장 기업소 차량을 빈 상태로 운행하지 말고, 국가에 필요한 물자를 실어 나르라는 요구인데 운행 거부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사회안전성이 3월 한 달을 ‘빈 차 단속의 달’로 정하고 공장, 기업소의 자동차 운행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빈 차 단속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각 시, 군 안전부 호안(護安)과 산하에 ‘빈 차 감독대’까지 부활시켰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청)은 8일 “사회안전성의 지시로 2월 말부터 각 시, 군 안전부 호안과에 ‘빈 차 감독대’가 조직되었다”며 “’빈 차 감독대’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도 안전국 교통과에 존재하다가 ‘고난의 행군’으로 해산된 조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새로 조직된 ’빈 차 감독대’는 사회안전성의 2월 24일 지시문에 따라 3월 한 달 간만 활동하는 임시 조직”이라면서 “3월 한 달을 빈 차 단속의 달로 정하고, 빈 차 단속과 관련된 세부 지침을 규정한 것이 사회안전성의 2월 24일 지시문”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지금껏 사회안전성의 지시에 따라 시도 때도 없이 빈 차 단속이 진행됐지만 이번처럼 ‘빈 차 감독대’까지 조직한 건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면서 “농촌살림집 건설과 지방공업공장 건설을 비롯해 국가적으로 실어 나를 물자가 많아 임시로 ‘빈 차 감독대’를 조직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해마다 1~2월은 새해 첫 전투 과제인 거름과 겨울철 땔감을 실어 나르느라 공장기업소의 자동차들은 쉴 틈이 없는 반면 3월은 각종 건설을 비롯해 국가적으로는 실어 나를 물자가 많지만, 공장기업소들은 특별히 실어 나를 것이 없는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국가적으로 긴장한(부족한) 물자 수송을 공장기업소 차량에 부담시키기 위해 3월, 집중적으로 빈 차 운행 단속을 한다는 설명입니다.
자동차가 물건을 실으러 갈 때는 빈차로 가게 되는데 그렇게 물건을 실으러 갈 때에도 빈차로 가지 말고 그 지역에 필요한 물자를 싣고 가라는 것이 이번 조치의 의도라는 지적입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0일 “보위부 ‘10호 초소’에 ‘빈 차 감독대’가 같이 주둔하면서 24시간 오가는 모든 자동차를 단속하고 있다”며 “’빈 차 감독대’의 단속 때문에 요즘은 ‘써비차’를 얻어 타는 것도 쉽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10호 초소’는 시, 군 보위부의 산하 시설로 도시와 도시,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도로마다 하나씩 설치돼 이동하는 차량과 사람을 검열합니다. 주로 밀수품과 화약류, 무기류를 단속하되 빈 차 운행에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반면 ‘빈 차 감독대’는 자동차의 운행을 직접 통제합니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가는 자동차는 농촌에 필요한 물자를, 농촌에서 도시로 오는 자동차는 도시에 필요한 물자를 의무적으로 실어 날라 휘발유를 절약하고 국가적으로 긴장한 물류난을 해소하는 것이 ‘빈 차 감독대’의 임무입니다.
돈을 받고 승객을 자동차에 태우는 써비(서비스) 행위와 자동차를 이용한 개인 장사를 단속하고, 운전수의 면허증과 운행증을 검열하는 것도 ‘빈 차 감독대’의 임무입니다. 필요에 따라 자동차를 회수할 권한까지 가지고 있어 운전수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조직이 ‘빈 차 감독대’입니다.
소식통은 “농촌으로 가는 차는 무조건 농촌 살림집 건설에 필요한 모래와 자갈을 싣고, 도시로 오는 차는 무조건 농장들에 부과된 학교 땔감을 실으라는 ‘빈 차 감독대’의 요구는 무리”라며 “이런 물자를 실어 나르는 데 필요한 휘발유는 운전수가 자체로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휘발유도 보장하지 않으면서 무작정 빈 차 운행을 단속하니 운전수들은 고장을 핑계로 공장기업소에 필요한 물자 수송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운전수들의 운행 거부로 빈 차 단속이 시작된 3월 초부터 도로에서 자동차를 구경하기 어려워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