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선전 세포축산기지, 가축 전염병 탓 애물단지 전락”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23.12.28
“북 선전 세포축산기지, 가축 전염병 탓 애물단지 전락”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8월 25일 '대규모 축산기지'로 변하고 있는 세포지구를 재조명했다. 신문은 "지난날 눈포, 비포, 바람포로 유명하던 세포등판, 이제 천지개벽된 대지에서 먹이 작물 생산과 소, 양, 염소를 비롯한 풀먹는 짐승기르기에서의 좋은 성과와 경험이 창조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연합

앵커 : 북한 당국은 김일성 주석이 구상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세웠다는 초대형 세포축산기지를 대대적으로 선전해 왔습니다그러나 가축전염병을 극복하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습니다북한 내부 소식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군대와 922 돌격대 10만여 명을 동원해 2012 12월부터 2017 10월까지 완공한 세포지구 축산기지북한은 세계 최대의 축산 기지로 선전해왔지만 사육 가축의 숫자는 크기에 비례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 24 “젖소 목장과 염소 목장 운영 경험을 배우기 위해 양강도 농촌경리위원회가 조직한 축산일꾼 방식상학(方式上學) 12 5일부터 12일까지 강원도 세포군에서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참가자들이 돌아본 세포축산기지의 상황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다”며 “가축 마리 수를 늘리는데 실패하면서 세포축산기지를 원산갈마해양관광지구와 연계해 대규모 관광지로 조성한다던 국가 계획도 실현이 어려워 보였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세포축산기지는 강원도 세포군, 이천군평강군 3개 군에 걸쳐 약 5만 정보의 땅에 조성된 초대형 축산 기지로 김정은 체제 출범 직후부터 추진된 대규모 사업입니다.

 

소식통은 특히 세포축산기지에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만 17세 이상의 청년 2천 명이 배치되었다”며 “수의예방약품공장도 새로 건설해 주고 인공수정 설비들도 교체했지만 가축 마릿수는 2020년 수준에서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육 가축의 숫자를 늘리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소와 염소에게 나타나는 급성 폐렴과 구제역을 비롯한 각종 전염성 질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식통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세포축산기지 내에서 급성 폐렴과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송아지와 새끼 염소어린 양들이 무더기로 폐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축산 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 26 “올해 5월에도 세포축산기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수만 마리의 가축들이 죽었고 지금 키우는 가축도 언제 전염병에 걸려 떼죽음할지 모르는 실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세포축산기지는 면적이 5만 정보(49,585ha)인데 우유와 고기 생산을 위해 소 1 8천 마리염소 14만 마리 21만 마리 정도를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축산기지의 소와 양염소를 다 합쳐도 정보(0.991ha)당 가축 사육 숫자가 8마리에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축산분장 수의방역소들에서 해마다 예방접종을 하지만 전염병을 막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며 “일단 전염병에 걸리면 어린 가축들은 살아남기 힘들고일정 정도 자란 가축들도 성장하는데 지장이 있어 결국 도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또 “세포축산기지의 경우 야외에서 방목하는 형태로 가축을 키우기 때문에 전염병에 더 취약한 것으로 본다”면서 “배합사료를 먹이지 못하고 순수 풀에만 의존하고 있어 가축들의 영양상태가 좋지 못한 것도 전염병에 취약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세포축산기지 실패를 토대로 현재 전국 각지에 짓고 있는 젖소염소 목장들은 야외 방목형이 아닌 실내 사육 형태로 설계하고 있으며 목장의 규모도 300마리 미만으로 제한하고 목장과 목장 사이 거리도 수십 리씩 떼어 놓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세포축산기지를 더 이상 살리기 어렵다는 점은 그곳을 관리하는 간부들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세포축산기지는 김일성이 6.25 전쟁 때 구상하고김정은이 훌륭하게 일떠세웠다고 온 나라에 선전해 이제 와서 포기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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