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최근 식량난은 김정은 ‘비축지시’ 때문
2024.04.05

앵커: 지난해 북한의 작황 상황이 양호했는데도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은 여전하다는 평가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과도한 식량비축 지시가 주민들의 식량난을 더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3일, 북한 양강도 혜산시 기준으로 입쌀은 Kg당 평균 6,200원(미화0.61달러), 강냉이는 kg당 평균 3,500원(미화0.3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입쌀(벼)과 강냉이가 대량으로 들어오고 러시아에서 밀가루도 들어오고 있지만 북한의 개인 장사꾼들이 판매하는 식량가격은 내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양강도 농촌에는 먹을 것이 없어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들과 직장에 출근하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농업부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일 “지금의 식량난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재앙”이라며 “지난해 11월, 알곡 생산량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김정은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6개월 이상의 식량을 저축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지시 내용은 지난해 11월 18일, 양강도 당위원회 회의실에서 진행된 도급 간부 강연회에서 구체적인 날짜를 공개하지 않은 채 ‘최근 위대한 김정은 장군님께서 당과 내각의 주요 간부들에게 내리신 지시’라는 형식으로 전달되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우리나라(북한)는 땅이 작아 태풍 한 개만 들이 닥쳐도 농사를 망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한 해 농사를 망치게 되더라도 국가운영에 큰 타격이 없을 만큼 충분한 식량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당시 강연회에서 전달받은 김정은의 지시 내용”이라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후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당중앙군사위원회에서 수매양정성과 국방성, 민방위부 산하 해당 기관들에 6개월 분의 예비식량을 저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지시 내용은 2023년 12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단계적으로 6개월분의 식량저축을 끝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현재의 배급량으로 (북한) 인구 2천5백만명에게 하루 필요한 식량은 1만톤”이라며 “6개월분이면 어림짐작으로도 180만톤의 식량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4일 “우리는 지금 ‘고난의 행군’ 이후에 마구잡이로 만들어 놓은 낙후한 식량저축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식량저축을 제대로 하려면 식량저축 체계부터 통일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고난의 행군’ 이전까지는 식량저축을 내각 수매양정성과 인민군 후방총국이 책임지고 통일적으로 진행했다”며 “하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 대대 이상급 인민군 부대들, 연합기업소와 협동농장들까지 전시미와 비상미를 저축하도록 조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렇게 저축체계가 복잡해지다 보니 군부대 지휘관들과 협동농장 간부들이 저축해 놓은 식량을 몰래 빼돌려도 파악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며 “식량저축 체계가 2중, 3중으로 되다 보니 국가가 제대로 관리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북한은 내각 수매양정성이 주석폰드(국가지도자의 몫) 식량과 국가비상미를 저축하고 인민군 후방총국이 군량미를 저축하고 있습니다. 또 노동당 민방위부가 전시예비물자 식량인 2호미를 저축하고, 내각 농업성이 각 협동농장들에 전시 식량인 4호미를 저축하고 있으며, 인민군 각 대대 이상급 부대들이 자체로 한달 분의 식량을 따로 저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다 2020년부터 군수공장의 가동률을 높이고, 돼지 마리 수를 늘리는 가운데 가는 곳마다 닭공장과 젖소목장, 염소목장들을 짓고, 자체 의약품 생산도 늘리고 있다”면서 “이에 따른 공업용과 축산용, 의약품 생산용 식량의 수요도 급격히 늘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6개월 분의 국가비상식량을 저축하고 공업용과 축산용, 의약품 생산용 식량까지 떼어내다 보니 정작 주민들에게 공급할 식량이 없게 된 것”이라며 “돼지나 소, 닭과 염소에게 줄 식량은 있어도 주민들이 먹을 식량이 없는 것이 오늘날 우리(북한)의 현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