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북한의 무, 배추 농사도 예년보다 잘 돼 김장을 앞둔 주민들이 모처럼 함박 웃음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김장은 겨울철 주요 양식으로 불리고 있고 겨울이 긴 북부 고산지대 주민들 속에서 김장은 반년치 식량을 마련하는 중대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모처럼 가을 남새(채소) 농사가 잘 돼 김장철 북한 주민들의 시름도 한결 덜어질 것 같다고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청)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노동당창건기념일인 10월 10일, 양강도는 가을 남새 수확을 했다”면서 “간부들과 중학생들, 대학생들만 일부 남아 당창건기념일 행사에 참가하고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은 모두 남새 가을 전투에 동원됐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북한은 김장 남새 수확을 ‘남새 가을 전투’라고 부르며 주민들을 모두 동원시켰습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 이후 김장 남새 면적이 크게 줄어든데다 그나마 심어 놓은 남새마저 병해충 피해를 견디지 못해 주민들을 동원한 남새 가을 전투는 자연적으로 사라졌습니다.
소식통은 “오랜만에(올해 다시) 공장, 기업소 별로 남새 가을 전투를 조직한 것은 그만큼 올 가을 남새(농사)가 잘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장마당에서 김장용 배추 1kg당 내화(북한 돈) 1천원(미화 0.117달러)이지만 앞으로 500원(미화 0.058달러) 선까지 내릴 것으로 예견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양강도의 경우 김장을 넉넉히 담그려면 4인 가족 기준으로 배추 300kg이 필요하다”며 “배추 1kg에 500원이라 해도 300kg을 마련하려면 150,000원(미화 17.64달러)이 필요해 가난한 사람들에겐 결코 쉬운 비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소식통은 “장마당에서 파는 배추는 모두 속이 잘 여물고 질이 좋은 것들”이라면서 “올해는 배추 농사가 잘 돼 아무리 가난하다고 해도 질적인 차이가 있을 뿐 김장을 못 담그는 집은 거의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지난해의 경우 장마당에서 김장용 배추의 가격이 kg당 내화 1,500원(미화0.176달러)이었다”면서 “거기다 배추 농사도 잘 안돼 가난한 사람들은 김장을 포기해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양강도의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2일 “지난해의 경우 배추 농사가 잘 안돼 김장배추 가을(수확)을 10월 15일에 시작했는데 올해는 10월 6일에 강서리가 내린데다 배추 농사가 잘 돼 김장배추 가을을 10월 10일부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장마당에서 김장 배추의 가격은 내화 1천원 정도이나 양념에 쓰일 고추가루 1kg은 내화 3만7천원(미화 4.35달러), 마늘 1kg은 내화 1만8천원(미화 2.11달러)”이라며 “배추 값이 눅(싸)어도 양념 재료 값이 비싸 가난한 사람들이 김치를 맛있게 담그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소식통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의 집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한번도 김장을 담궈 본 적이 없다”면서 “그 사람도 그래(포함해), 요즘 몇 년간 김장을 꿈도 꾸지 못하던 사람들이 올해는 김장 준비를 서두르느라 한껏 들뜬 얼굴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